[토요 이슈] 국립중앙박물관 '용산시대' D - 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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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들어선 터는 그동안 외국군 병영이 있던 곳이다. 청일전쟁 때 청군,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 광복 뒤에는 미군이 주둔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용산 시대는 외세의 흔적을 밀어내고 한국 문화의 고갱이를 모아 광복과 독립의 기상을 다지는 의미가 크다.

28일 문을 여는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기념전에는 외부에서 어렵사리 빌려온 유물과 처음 공개하는 문화재가 30여 건 나온다. ① 조선 선비의 꼿꼿한 내면을 보여주는 국보 제240호 '윤두서 자화상'. ② 한국 인쇄 문화의 우수함을 증거하는 국보 제126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③ 따로 마련된 고구려 벽화실에 최초로 상설 전시되는 평남 강서대묘 '사신도'의 모사도. ④ 신석기시대의 덧무늬 토기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된 '부산 동삼동 덧무늬토기'. ⑤ 연줄기를 물고 있는 부리가 생동감 넘치는 '오리모양 연적'.

청소년과 각계각층 국민을 초대해 여는 개관 기념전은 푸짐하다. 단일 규모로는 가장 많은 지정 문화재가 한자리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전국 공.사립 박물관과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59건, 보물 79건, 중요민속문화재 1건 등 139건이 모였다. 박물관 총 소장품수는 15만 점으로 이 가운데 국보가 66건, 보물이 107건이다. 문화 국민의 자부심을 한껏 키우는 소중한 유물이다.

한국사를 새로 쓰게 한 문화재들이 국립중앙박물관 용산시대를 기려 처음 공개된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석기시대의 화살촉으로 꼽히는 강원도 동해 기곡의 화살촉, 신석기시대의 덧무늬 토기 중 크기가 가장 큰 부산시 동삼동 덧무늬 토기 등이 고고관에서 선보인다.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인 '세한도'와 '묵란도'가 오랜만에 개인 소장가 품에서 나들이해 미술관을 빛낸다. 일본 나라(奈良)국립박물관에서 대여한 14세기 고려 불화 '수월관음보살도' 2점도 반가운 손님이다.

새로 설치된 역사관과 아시아관에도 평소 보기 힘든 명품이 줄을 섰다. 간송미술관에서 보존을 염려해 개관 하루 전에 옮겨올 '훈민정음 해례본', 세계적인 인쇄문화의 자부심인 '무구정광 대다라니경', 전 세계에 단 한 점뿐인 '잎사귀 무늬 백자'가 포함된 신안 해저 문화재 등 사상 최대 규모의 국보급 문화재다.

이건무 관장은 "새 박물관의 주인은 국민이다. 연말까지 무료로 개방하는 것도 주인을 섬기는 우리의 정성 표현"이라며 "모두 함께 축하하고 즐겨달라"고 초대했다. 박물관 측은 전시동 동시 입장은 3000명, 하루 약 1만8000명까지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일 시작한 예약 제도(www.museum.go.kr)에 벌써 광복 60년의 문화적 사건을 지켜보려는 손님이 몰리고 있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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