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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국회] KTX 만성적자·역방향 문제, 이렇게 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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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 불리는 고속철도가 2004년 4월 개통돼면서 우리나라는 프랑스, 일본, 독일, 스페인 등과 함께 시속 300km의 초고속철도 시대에 들어섰다. 고속철도의 개통은 빠른 속도를 통한 시간단축으로 전국을 2시간대 생활권으로 연결시켜 국민들의 생활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빠르고, 안전하고, 친환경적이고,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고속철도는 차세대를 대표할 만한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철도공사의 빚이 13조원이고 연간 수천억원 씩 적자가 나고있다. 이같은 적자운영은 역방향좌석문제와 소음 등으로 열차승객들이 KTX 탑승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철도의 만성적자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적자 폭과 빚을 줄이자면 운용방식 자체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

한국철도공사는 KTX 역방향 좌석 문제와 관련,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역방향 좌석을 고치는 데만 1천200억원 남짓 비용이 소요된다. KTX내 소음이 기준치를 초과해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규정을 다시 한 번 검토해서,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는 말뿐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있다.

현재 적자운영되고 있는 KTX의 편수를 줄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열차 운행의 특성상 일정한 시간 이내에 편수가 운행돼야 한다”는 궁색한 변명만 되풀이 하고있다.

KTX의 역방향좌석에 대한 한국승객들의 불만, 유럽과 한국의 문화차이 때문인가.

프랑스의 TGV가 그대로 도입된 KTX의 역방향좌석에 대한 한국승객들의 불만을 프랑스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TGV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들까지 운행반경을 넓혀가면서 운행되고 있지만 아무런 불만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유럽에서는 그런 불만이 나오지 않을까 ? 유럽사람들은 괜찮은데 왜 우리나라 승객들만 까다로운 것일까 ? 그것은 유럽과 한국은 철길의 구조가 다르고 기차의 내부구조도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서울역을 출발점으로 부산, 목포, 여수 등 각 노선의 종점까기 열차의 진행방향이 바뀌지 않고 운행되기 때문에 순방향과 역방향의 좌석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방향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 많은 대도시의 기차역들은 경유지임에도 불구하고 종점처럼 철길이 역구내에서 끝나게 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즉 시내외곽지역에서 T 자형으로 갈라져 도심의 역으로 들어 와서 다시 나갈 때에는 들어올 때와 반대로 나가게 되므로 수시로 순방향과 역방향이 바뀌게 되어있다. 그런 철길구조를 가진 역의 예를 들면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취리히, 뮌헨, 프랑크푸르트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유럽에서는 수시로 기차의 진행방향이 바뀌게 되어 그때마다 좌석의 방향을 돌린다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에 처음부터 승객들이 역방향에도 적응이 된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기차들이 기관차가 차량의 양 끝에 모두 매달린 이유도 수시로 진행방향이 바뀌기 때문이 아닌가 보여진다.

또 유럽기차의 객실구조는 우리 나라의 기차처럼 버스와 같은 구조의 OPEN SALON 식과 칸막이 식의 콤파트먼트의 2가지로 되어 있다. 물론 OPEN SALON 식의 경우는 좌석을 모두 회전시키는 구조를 갖추면 전좌석을 순방향, 역방향으로의 전환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콤파트먼트 구조는 칸막이 마다 마주 보는 좌석을 갖춘 구조로 좌석의 반은 역방향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인들은 역방향, 순방향을 따지는 문제가 원천적으로 귀찮거나 불가능한 것이지만, 철길이 일직선으로 된 우리나라의 OPEN SALON식 기차구조의 경우는 한 번만 좌석의 방향을 전환시키면 전좌석 순방향 좌석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대치도 커서 그런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럽처럼 6시간 내지 24시간 운행되는 장거리 노선도 아니고 최장거리 노선인 서울에서 부산까지 불과 2시간 30분 남짓한 시간에 1200억원을 들여서 좌석을 개조할 필요가 있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KTX가 출범한지 2년차에 탑승율이 60% 정도라면 불과 10%의 승객만이 역방향좌석을 이용한다는 얘기가 된다.

지금은 아직 KTX의 엄청난 적자가 불가피할 수 박에 없다. 이런 판에 1200억원을 투입하여 좌석을 개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새로 들여오는 객차에는 몰라도 기존의 객차까지 좌석개조에 들어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객차를 개조하지 말고 요금체계 등 기존방식을 대폭적으로 개선하여 운용하도록 해야한다.

기존의 예약 승객에게 20%까지 할인해주었던 할인요금제를 광범위하게 개선해야 한다. 역방향좌석 승객에게는 탄력요율을 적용하여 주중 50%할인, 주말 30%할인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페키지 방식으로 각 여행사와 연계하여 단체승객(10명이상)에게는 역방향에 한하여 일률적으로 50%할인율을 적용해주자는 것이다. 아울러 역방향 승객에게는 독서를 할 수 있는 특혜(독서대와 책 제공)를 주는 등의 특별한 서비스를 개발하여 제공한다면 지금까지의 적자운영은 빠른시일내에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디지털국회 박민선]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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