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베일」 벗겨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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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세청 (청장 안무혁) 과 명성그룹(회장 김철호) 의 「한판싸움」 (?)이 항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45일동안 장기세무조사를 받아온 명성이 신문광고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자 국세청당국은 예정에도 없던 중간발표를 내놓으며 더욱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명성의 신문광고내용이 곁으로는 자숙과 반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사실상 세무조사에 대한 항의와 반발의 속뜻이 담겨있다고 극세청측은 괘씸해 하고있는 것이다.
사실 세무조사를 받고있는 기업이 도중에 그 사실을 거론한다거나 감히 세무당국에 대해 불평·불만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생각해 불 수도없는 일이다.
안무혁국세청장 자신도 이같은 전혀 예기치못한 명성의 반격에 대해매우 불쾌해 했다는 이야기다.
명성의 광고가 국세청의 비위를 얼마나 상하게 했는지는 국세청이 서둘러 발표한 중간조사발표를 봐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우선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의 공개적인 항의도 전에 없던 일이지만 세무조사를 하는 국세청당국이 여기에 맞서 중간발표를 한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이 이·장사채파동때중간발표를 한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특히 중간발표내용이 구체적인 조사결과를 담은것이라기보다는 「큰것을 낚았다」는 예고를 했다는 점에서 명성의 세무조사를 둘러싼 앞으로의 일처리가 주목거리다. 그간의 경위를살펴보자.
명성이 첫번째로 세무조사를 받은 것은 작년 5월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속에 급성장한 명성의 배경이 베일에 싸여왔던 터였고, 특히 통일교 관련설이 꾸준이 나돌아 국세청이 자금출처조사에 나섰던 것이다.
당시 안국세청장은 국회답변을 통해 『조사결과 통일교관련설은 사실무근이였으며 사채를 골프회원권판매대금으로 위장한데 대해 17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고 밝혔었다.
한차례 세무조사를 당하자 명성어은은 사채시장에서 일체 통하질 않았고 위태위태하다는 우려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명성은 끄덕없이 사업을 벌여나갔고 콘더미니엄을 비롯한 종합레저타운 건설은 더욱 활기를 띠어갔다.
그러던것이 금년들어오면서 또다시 명성에 관한 뿌리없는 소문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명성이 그처럼 세무조사를 당하고서도 탈없이 버텨내고 오히려 급신장을 게속하는데는 「상당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일부에서 나돌았고 명성측도 그러한 오해를 살만한 분외기를 풍겨왔다는 것이다.
명성에 대한 아리송한 소문이 이처럼 다시 나돌자 국세청은 『이번에야 말로 정말 뿌리를 뽑겠다』 (안청강의 말) 며 재차 칼을 뽑아든 것이다.
그것도 비밀리예 진행하게 마련인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이례적으로 사전발표까지 했었다.
당초 국세청은 7욀말까지 명성에 대한 세무조사를 끝내겠다고 밝혔으나 예상보다 늦어져 8월10일로 최종결과일자를 연기했다.
국세청주장으로는 명성의 탈세행위가 심각해서 그것을 밝혀내기가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명성측은 털어도 털것이 없으니까 그런것 아니냐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있다.
탈세여부와 그규모는 국세청의 최종조사결과 밝혀지겠지만 명성측은 세무조사로인한 사업상의 타격이 엄청나다고 호소하고있다.
특히 세무조사시기가 여름한철 장사인 콘더미니엄 분양시기라서 상당한 손해를 보고있다는 이야기다.
『세무조사란 사실 기업입장에서 주리를 트는 고통이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 (김철호씨)
사실 이처럼 연이은 세무조사를 당하면서도 부도를 안내고 건뎌내는 것만 봐도 미스터리의 기업임에는 틀림없다. 자기들 주장대로 이번 세무조사 바람에 걷혀야하는 2백억원가량의 중도금과 잔금이 제대로 안들어오고 있는데도 말이다.
2차례에 걸친 명성에 대한 세무조사의 특징은 순수한 경영상의 부조리때문이 아니라 「세간의 루머에 대한 진상규명」이라는 차원에 있다.
요컨대 급성장하게된 자금출처가 어디인가를 계속 물고늘어지는것도 그점이 밝혀지면 항간에 나도는 「배경」에 대한 의문도 자연히 풀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어쨌든 경제적인 차원에서만 본다면 명성그룹은 『해도 너무한다』는 식의 누적된 감정이 광고 성명으로 폭발한 셈이고 국세청은 사회정화의차원에서 명성에 얽힌 여러 의혹을 끝까지 파헤쳐보겠다는 인식의 차이가이번 이례적 사태를 빚은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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