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하는 구리값, 유가 전철 따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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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는 세계 경제와 투자의 가늠자로 여겨진다. 전자제품과 자동차, 선박 등 웬만한 제품에는 꼭 들어가는 산업재로 쓰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의 선행지표로 여겨져 ‘구리 박사(Dr. Copper)’로도 불린다. 그런 구리 값이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9일 “구리 값이 폭락한 유가의 전철을 밟을 태세”라고 보도했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29일(이하 현지시간) 3월 인도분 구리 가격은 t당 5484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t당 5421달러까지 떨어진 뒤 다소 회복은 했지만 구리 값은 최근 6개월간 23.98% 떨어졌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 값은 54.86% 하락했다. 29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48.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동안 유가가 폭락하며 구리 가격과의 격차는 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2일에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 시장에서 거래된 t당 구리 값이 배럴당 브렌트유 가격의 125배에 달했다. 하지만 유가에 비해 구리 값이 지나치게 비싸게 되자 가격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JP모건 애널리스트인 나타샤 카네바는 “투자자들이 원자재의 상대적 가격을 따져 투자를 재조정하면서 구리 등의 가격은 추가로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약세가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중국 등의 수요가 줄며 구리 가격의 하락은 이어질 전망이다. 골드먼삭스는 올해 구리 가격이 t당 5542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구리 가격의 향방은 1분기 중국 정부의 구리 비축량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세계 구리 수요의 40%를 차지한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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