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법관들만 100명 될 텐데 … " 법관들, 파격에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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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부에서는 일선 지방법원장보다 사법시험 후배 기수인 박시환 변호사와 김지형 부장판사의 발탁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서열 파괴한 파격"=이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은 사람과 시스템 모두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선은 이 같은 이 대법원장의 인식을 반영했다. 인적 쇄신으로 법원 조직을 '물갈이'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박 변호사와 김 부장판사의 동시 기용은 당초 법조계 안팎의 예상을 벗어난 파격이었다. 서열을 중시하는 법원 내부의 오랜 관행으로 미뤄 두 사람 중 한 명이 선택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에 대해 두 사람보다 선배인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그동안 묵묵히 일해 온 일선 법관들로서는 충격적인 결과"라며 "선배 법관만 100여 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사에 불만을 품은 일부 고위 법관의 사퇴도 예상된다.

대법원의 보수적 판결 경향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와 김 부장판사는 그동안 판결에서 진보적 성향을 보였다. 이들이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이유가 기존의 보수적 법원 판단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라는 점에서 앞으로 진보적 성향의 판결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학교.지역 안배로 외형상 균형=이번 인선은 법원 내외 인사의 적절한 안배와 비서울대 출신인 김 부장판사(원광대)의 발탁 등 외형적인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다. 정통 엘리트 출신의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을 기용해 나머지 두 명의 파격 인사에 따른 법원 내 불만을 무마하려고 시도했다. 지역적으로는 전남(김황식).전북(김지형).경남(박시환)으로 안배했다.

국회는 대통령으로부터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제출받으면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개최한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 동의를 얻어야 대법관이 된다.

한나라당 등 야당과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며 비판해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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