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출구 없는 저성장 시대 돌입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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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병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 5년간 전국 병원 상위 8%에 속하는 수련병원을 분석한 결과, 총자본과 자기자본의 성장은 멈췄고, 순이익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근 한국병원경영연구원에서 발간한 병원경영정책연구에는 정석훈 책임연구원의 '수련병원 경영현황 추이 분석' 보고서가 실렸다.

정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간 병원경영통계집에 실린 240여개 수련병원 자료를 분석, 병원의 경영환경 변화 추이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 병원의 재무제표 상 2009년 총 자산은 141억4900여만원에서 2013년 190억400여만원으로 50억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는 83억2200만원에서 꾸준히 상승하며 2012년 106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2013년 99억8000여만원으로 다소 줄었다. 정 연구원은 "병원 자체적으로 채무상환 등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을 도입하면서 비롯된 결과일 것"이라 추측했다.

의료수입과 의료비용은 2010년 동시에 급격한 상승을 보이다 성장세가 모두 둔화되는 모습이다. 2009년 의료수입은 133억여원에서 2010년 172억5000만원으로, 의료비용은 125억6500여만원에서 165억6700여만원으로 늘었다.

의료비용의 경우 2009년 의료수입에 비해 8억원 가량 적었던 것이 2013년에는 2억원까지 따라잡는 등 거의 의료수입을 상쇄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게 정 연구원의 분석이다. 병원의 당기순이익은 2012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정 연구원은 "이들 240여 분석대상 병원들은 우리나라의 우등병원들임을 감안한다면 나머지 병원들의 상황은 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문제는 이대로라면 병원의 미래는 더욱 어둡다는데 있다. 성장성지표 분석은 각 지표의 '증가율'을 통해 미래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이번 보고서에는 총자본증가율, 자기자본증가율, 순이익증가율, 의료수입증가율, 입원수입증가율, 외래수입증가율이 포괄적으로 분석됐다.

거의 모든 성장성지표가 하향곡선이다. 즉, 전년대비 증가한 수치라 하더라도 그 증가율의 성장세는 하향으로 전환되었다.

총자본증가율은 2009년 8.6%에서 이 후 5.1%, 5.1%, 3.0%, 5.6%로 고착상태다. 자기자본 증가율은 2009년 17.9%에서 2013년 8.9%로 반토막이 났다. 정 연구원은 "자본성장성에 있어 기반이 매우 취약해진 상황"이라며 "큰 그림에서 볼 때 총자본과 자기자본 증가율은 모두 하향 형태로 굳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본의 성장이 멈추었고, 향후 성장이 제로가 되는 시점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정 연구원은 덧붙였다.

순이익증가율은 더 암울하다. 2009년 31%를 찍은 뒤 2010년 -4.1%로 곤두박질 치더니 2013년에도 -0.7%에 머무르고 있는 것. 이 밖에 의료수입증가율, 입원수입증가율, 외래수입증가율 또한 증가율 하락세가 완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는 증가하는 데 병상이용률은 증가 없이 답보상태에 머문다. 평균 재원일수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 연구원은 "당기순이익의 급격한 하락에 이은 적자상황, 의료수입의 뚜렷한 하락세,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 등으로 볼 때 특별한 조치 없이는 경영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향후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지기 전에 반드시 의료 공급자들의 활발한 공급 활동이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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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life@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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