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말단 현서기 206명과 3시간 자유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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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지난 12일 베이징 중앙당교를 찾아가 현·시의 당 서기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시 주석이 현장 행정의 핵심인 현급 서기들과 자유 토론회를 한 건 처음이다. [베이징 신화=뉴시스]

이달 초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에서 연수 중인 현(縣)급 당서기 206명은 중앙당에서 발송한 개별 통지문을 받았다. 곧 중요한 행사가 있으니 반드시 비밀을 유지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인 12일 당교 회의에 나타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현장 행정의 핵심인 현급 서기들과 첫 자유 토론회를 가졌다. 시진핑식 ‘우문현답(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 있다)’인 셈이다.

 현 서기들은 중국 내 7개 성과 시에서 선발됐으며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 일정으로 당교에서 연수를 받고 있었다. 장바오청(張保成) 안후이(安徽)성 화이베이(淮北)시 구(區)서기 등 참석자들은 최근 남방도시보와 인터넷을 통해 당시 경험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토론장에는 현수막도 없었다. 사회자도 없고 시 주석이 직접 토론회를 주재했다. 시 주석의 실용주의가 반영돼 있다.

 토론회는 린젠둥(林健東) 저장(浙江)성 리수이(麗水)구 서기의 현장 행정에 대한 발언으로 시작했다. 발언 도중 시 주석은 린 서기의 말을 끊고 “리수이는 아름다운 산수를 잘 보존해야 한다. 현재 스모그 상황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지난해 대비 공기오염지수가 86.6% 좋아졌다”는 답을 들은 시 주석은 “환경을 무시한 성장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리훙(李鴻) 윈난(雲南)성 닝얼(寧?)현 서기의 발언 끝에 시 주석은 현지 고대 중국차 유통로였던 차마도(茶馬道)의 보존 현황을 묻고 “중화 문화의 보고니 반드시 보존하라”고 지시했다. 문화 보존 없이 중화 부흥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6명의 현 서기 발언이 끝나자 시 주석은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국민의 생활 현장에 가까운 현급 이하 공직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직자는 금전과 여색, 그리고 권력의 유혹을 뿌리쳐야 하며 이를 위해 마음의 중심에 항상 당과 국민·책임감·경계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시간으로 예정됐던 이날 토론회는 서기들의 자유 발언이 쏟아지면서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앞서 시 주석은 2013년 12월에도 베이징 시청(西城)구 웨탄베이제(月壇北街)에 있는 한 만두 집에 들러 일반인들과 만두를 먹으며 민심을 살피는 등 현장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현 서기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2017년까지 중국 전역에서 2000명의 현급 서기들을 교육시킨다는 계획이다. 2856개 현급 행정단위 수장의 70%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에 대한 당교 교육 과목은 의법치국(依法治國)과 소련 해체의 교훈 등 10개다. 기간은 기수마다 2개월씩이다. 강의가 끝나면 현 서기들이 강의 평가를 하는데 9.6점 만점에 9점 이하를 받으면 해당 교수는 각종 수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매주 금요일에는 정부 관계자들이 나와 국내외 정세 보고를 한다. 보고 내용은 필기나 녹음은 물론, 외부에 누설해선 안 된다.

밤에는 사마천의 사기(史記)나 청대 소설 홍루몽(紅樓夢) 등 수십 개의 교양과목이 개설돼 있어 자유롭게 선택해 들을 수 있다. 당교 외 학습도 이뤄지는데 지난해 베이징 인디(銀帝)예술관 관람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이 예술관은 중국 현대와 고대를 아우르는 각종 예술 작품과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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