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의 금연] "딱 10년만 끊고 다시" 희망 품으니 쉽게 금연 … 그날 다가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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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10년 목표로 달력에 매일 X표를 치는 이 지사.

이시종 지사는 골초였다. 16세 때 고교를 휴학하고 담배농사를 지으면서 피우기 시작해 한때 하루 담배 2갑을 피웠다고 한다. 금연학교에 다니면서도 수업 도중에 나와 담배를 피울 정도였다. “금연 서적을 잔뜩 구해 열심히 읽다 보면 어느샌가 오른손에 담배가 들려 있었다”고도 했다.

 그런 그가 담배를 끊었다. 꽤 된 일이지만 날짜를 정확히 기억했다. 2006년 11월 6일이다. 16세 때인 1963년 처음 담배를 피우고 43년 만이다. 비법을 물었더니 “금연자가 많아져 담배가 덜 팔리면 지방교부세 수입이 줄어든다”고 머뭇거리다가 얘기를 꺼냈다.

 “2006년 친구들이 모였다. 원래 나까지 흡연자가 둘이었다. 그런데 하나 남았던 그 친구마저 끊었다고 했다. 일단 배신감이 느껴졌다. 다음엔 나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니 쉽지 않았다. 금연학교도 소용이 없었던 내가 아닌가. 담배 없이 무슨 낙으로 평생을 살까 하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작전을 바꿨다. 딱 10년만 끊고 그 다음엔 다시 피우겠다고 마음먹었다. 묘했다. 그랬더니 되더라. 달력에 하나하나 X표를 치면서 ‘이젠 ○년 ○개월 ○○일만 참으면 피울 수 있다’고 되뇌니 참을 수 있었다. 얼마 뒤에 피울 수 있다는 희망이 금연을 가능케 했다.”

 이 지사가 작정한 10년은 2016년 11월 5일까지다. 1년10개월이 채 안 남았다. 그는 “내년 11월 6일에는 반드시 담배를 피울 것”이라며 “그 뒤는 나중에 생각하겠다”고 했다.

 담배 때문에 덕을 보게도 됐다. 올 들어 2000원 인상된 담뱃값에 중앙정부가 ‘소방안전교부세’를 붙여 거둔 뒤 지방에 나눠주도록 한 것이다. 4500원짜리 담배라면 갑당 약 120원의 소방안전교부세가 붙는다.

 이 지사는 자신이 회장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국회의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해 소방안전교부세를 관철시켰다. “담뱃불은 전기 합선에 이어 둘째로 높은 화재 원인이다. 소방 관련 세금을 붙여야 한다”는 논리를 댔다. 이게 받아들여져 올해 3400억원의 교부세를 지방이 나눠 받게 됐다. 이 지사는 “한 해 소방 예산 3조2000억원의 95%를 지방이 부담하고 있다”며 “이에 비하면 3400억원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정 운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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