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측 대변인 추행범인 두둔|"북에 돌아가면 영웅대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당초 26일하오3시(현지시간)에 열릴 예정이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오남철에 대한 재판은 오가 늦게 도착함으로써 약30분간 늦어졌다. 오는 7명의 다른 북한대표부 직원들과 함께 2대의 초호화판 캐딜랙에 나누어타고 법원청사에 모습을 나타냈으며 「북한대표부대사」라는 명함을 가진 전재홍이 오의 대변인임을 자칭, 기자들의 오에 대한 질문공세를 가로막았다.
오는 이날 회색 싱글에 푸른색 넥타이를 매는등 매우 깨끗한 정장을 했으며 시종 웃음을디며 당당한 체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법원청사주변에는 내외신기자 40여명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였으며 전재홍이 오의 대변인임을 여러번 강조했으나 취재진들은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은채 오에게만 질문공세와 카메라세례를 퍼부었다.
개정후 약 5분동안은 오에 대한 인정신문이 있었고 이어 사실심리에 들어가 「몰리」부검사와 일문일답이 시작됐다.
하오4시55분까지 약35분간 진행된 심리에서 「몰리」부검사는 오에게 지난해9월5일의 추행사건 관련여부와 그것이 성적인 학대행위에 해당되는지를 아느냐고 추궁, 오는 이같은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
「니콜라이」재판장은 이어 흑인여자에게 돌멩이를 들어 위협한 것은 1급이 아닌 3급성범죄에 해당된다는 피고인측 주장을 받아들여 지문채취로 전과를 확인한뒤 28일상오10시30분 선고공판을 열기로했다.
「니콜라이」판사는 이와함께 『선고가 내려진후 귀국하게 된다면 다시는 미국에 오지 않겠느냐』고 오에게 다그쳐 그로부터 재입국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직후 「몰리」부검사가 취재진들과 인터뷰를 갖고 있을때 앞서 기자들로부터 외면당한 전재홍이 다시 나타나 『나도 할말이 있다』고 끼어들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오가 법정에 나온것은 미국정부와 북한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이루어졌기때문이며 나는 이점을 강조하고싶다』고 알쏭달쏭한 말을하기도했다. 그는 또 『오가 북한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것같은가』라는 질문에『그는 아마 영웅으로 대접받을 것이다』고 말해 기자들의 비웃음을 샀다.
이날 법정에는 미국무성 직원2명이 나와 방청석 첫줄에 앉아 재판과정을 지켜봤다.
오는 판사나 검찰측의 질문이 있을때마다 개인통역과 귀엣말로 수군거린뒤에 답변했다.
한편 이날 오의 변호인으로 나온「포크너」변호사는 개정 직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한시해가 보냈다는 편지를 「니콜라이」 재판장에게 전달했으나 「니콜라이」 재판장은 편지내용 공개를 거부했다.
기자들은 이 편지내용을 오가 귀국하면 미국으로 되돌아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한의 서약서로 추측하고있다.
이날 재판이 모두 끝난후 오가 법정밖으로 나오자 다시 카메라맨들이 그를 에워싸고 플래시를 터뜨리기 시작했는데 이를 지켜본 행인들은 『히이즈 길티』 (저사람이 범인이다) 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뉴욕지사=이근량 현지판편집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