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속도, 미국은 우려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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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27일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공동취재단]

마크 리퍼트(42) 주한 미국대사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대화의 속도(speed)나 범위(scope)에 대해 미국은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교부 출입기자들과의 공동인터뷰에서다.

“남북대화 재개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리퍼트 대사는 “우리는 이 문제에 있어 한국 정부에 상당한 신뢰(confidence)를 갖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미국의 대북 정책 목표를 묻자 “한반도 비핵화가 최우선 목표이고, 다음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자유시장경제 정부로의 한반도 통일 달성”이라며 “마지막으로는 동북아의 평화를 이뤄 모든 한국인이 그로부터 이득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 정동 미 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리퍼트 대사는 “한국 정부와 대통령은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했는데, 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쪽은 북한”이라며 “남북 간 대화 재개가 목표라고 봤을 때 한국은 준비가 됐는데 북한이 이런저런 절차를 따르라며 조건을 붙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경색된 한·일 관계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해선 지난해 4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전시임을 감안해도 끔찍하고 충격적인 인권침해”라고 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굉장히 어렵고 감정적인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만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 패전일(8월 15일)을 맞아 발표할 담화에 과거사 반성이 빠질 것이란 우려와 최근 일본 정부가 미국 교과서 출판사에 위안부 문제의 삭제를 요구한 데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리퍼트 대사는 “우리는 지속적으로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지지한다고 밝혀 왔으며, 두 담화가 이 문제에 있어 밑받침이 되는 중요한 담화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더 세세한 부분은 워싱턴에 물어보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국 배치 문제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공식적인 협상을 하지 않고 있어 결정 내릴 것이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 이는 중대한 사안이 아니다(nonissue)”고 답했다. 최근 신은미씨 강제 출국과 국가보안법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미 국무부가 밝힌 입장(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 외에는 더 말할 것이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리퍼트 대사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지난 19일 태어난 아들 ‘제임스 윌리엄 세준 리퍼트’의 얘기를 꺼냈다. 그는 “엄마와 아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면서 “하지만 아들이 잠을 좀 더 잤으면 좋겠다”며 ‘초보아빠’로서의 고민을 털어놨다. “아들이 곧 나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인 유모를 구한 사실을 공개했다.

리퍼트 대사는 “아들을 제임스 윌리엄의 약자인 JW 혹은 (한국식 이름인) 세준으로 부르겠다”고 했지만, 이날 인터뷰 내내 ‘세준’으로 불렀다. 주변에서 많이 축하해 줬다면서 한국말로 “덕분에 좋았어요”라고도 했다.

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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