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미 군사정권들 곤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남미에 널려있는 군사정권들이 심화되는 경제난과 국민들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서히 퇴진하고있다. 4년전해도 군부는 남미 12개 독립국 가운데 무려 8개국에서 정권을 장악하는 등 정치를 거의 독점했지만 앞으로 2년 안에 각국에서 공약된 민정이양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군부는 단 3개국에서만 명맥을 유지해 갈 것이다.
페루는 3년전에, 볼리비아는 작년에 이미 민정이양을 마쳤으며 아르헨티나 군부는 내년에, 브라질·우루과이는 오는 85년에 각각 민정이양을 공약하고있다.
그나마 군정을 유지하고있는 일부 정권도 거센 반발로 평안한 날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 10년간 독재정권을 유지해온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칠레대통령은 오는 89년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민정이양을 거부하고 있는데 국민들은 인권신장·자유확대와 그의 사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8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수리남의 「데시·부테르세」중령도 가까운 장래에 민정이양을 실현 할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나 최근 잇달아 그를 몰아내려는 쿠데타시도가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 나은 처지는 「알프레도·스트로에스네르」파라과이 대통령.
그는 54년부터 30년째 반대파의 비난을 무마해가며 정권을 유지해온 군부출신의 대통령인데 지난2월에는 임기 5년의 7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남미에서는 군부의 영고성쇠가 어느 지역보다 두드러지게 표출되어 왔다.지난 54년 20개 남미국가중 12개 국가에 군부가 들어섰으나 7년 후에는 「스트로에스네르」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몰락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좌익타도를 구실로 군사정권이 일부 남미국가에서 득세했지만 정치가들과 정치문제 전문가들은 부채로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이 지역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군부의 득세가 계속 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있다.
정치문제 전문가들은 군부의 통치가 끝나고 민정이양이 이루어져도 감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부채 때문에 노동쟁의가 발생하고 사회는 불안정에 휩싸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부채문제를 단호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볼리비아가 17년간의 군정을 청산하고 작년 10월민정이양이 이루어진 이면에도 경제문제가 도사리고있다.
물론 민정지향 나라들도 국내상황이 순탄치만은 않다. 건국 이래 1백58년 동안 연평균 1회 쿠데타를 치러온 볼리비아 군부는 최근 「에르난·실레스·수아소」대통령이 이끄는 좌익연정이 내분을 되풀이할 경우 다시 정치에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미의 두거인 브라질·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도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나 전도가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년전 정권을 장악한 브라질 군부는 85년에는 하원 및 대통령선거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9백억 달러의 외채를 안고있기 때문에 문제다.
포클랜드 사태로 치욕을 겪은 아르헨티나의 군부는 내분을 거듭하면서 내년에 민정이양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민정이양이 실현될 경우 70년대 후반에 실종된 3만여 명의 민간인에 대한 책임추궁을 두려워한 나머지 또다시 소장파 장교들이 쿠데타를 모의하지나 않을까 하는 풍문이 꼬리를 물고 나돌고 있다.
【로이터=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