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탈북해 두 발 자르고 서울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북한 당국의 고문 후유증으로 두 발이 잘린 김모(41.여)씨와 외아들 이모(16.가명)군 등 탈북 모자가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김씨 모자는 지난 주말 체류하고 있던 태국에서 방콕발 인천행 항공기 편으로 귀국했다. 정부 관계자도 "관계 당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확인했다.

함경남도의 무역 사무소에서 일하던 김씨는 2000년 아들과 함께 탈북해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으로 넘어와 식당일 등을 하며 연명했다.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만저우리(滿洲里)로 들어가 한국행을 시도한 김씨는 중국 공안에 잡혀 지난해 1월 강제북송됐다. 보위부원으로부터 동상에 걸린 두 발을 두들겨 맞는 등 고문을 당한 김씨는 결국 다리를 못 쓰게 됐다.

지난해 9월 다시 탈북한 김씨는 창춘에 남겨놨던 아들과도 상봉했지만 다리는 절단해야 했다. 김씨 일행은 최근 라오스를 거쳐 메콩강을 배로 건넌 뒤 태국에 입국했다. 직후 김씨 모자는 태국 경찰에 체포됐으며 탈북지원단체 등의 도움으로 한국행 의사를 우리 정부에 알렸다. 김씨는 최근 피랍탈북인권연대와의 통화에서 "한국에 돌아가면 잘려 버린 다리 치료를 꼭 받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의족이 너무 불편하다"며 "다리를 치료받고 한국서 직업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 "톈진 일본학교 진입 탈북자도 북송"=중국 당국이 7월 27일 중국 톈진(天津)의 일본인학교 기숙사에 진입했던 탈북자를 북한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탈북 지원활동을 해온 김희태(36) 전도사가 17일 주장했다. 김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에서 "진입 탈북자 5명 중 4명이 북으로 강제송환됐으며 강희성(26.여)씨는 어머니가 한국에 있다고 주장해 톈진 간수소에 수감 중"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북송된 탈북자 중 한 남자가 중국으로 재탈출해 북송사실을 알게 됐다"며 북송 시기는 8월 20~25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국은 옌타이(煙臺) 소재 한국국제학교에 진입했던 탈북자 7명을 강제북송한 9월 29일보다 한 달 앞서 중국 내 국제학교에 진입한 탈북자의 첫 북송을 시행한 것이 된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