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이 무너진 무모한 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제주=이민우기자] 너무나 허무한 한판승부였다. 미처숨도 돌이킬 겨를이 없이 신희섭은 쓰러지고 말았다.
l회1분19초 KO는 한국프로복싱 세계타이틀매치사상 최단시간 기록이었다.
너무나 빠른 승부였기에 관중들도 어안이 벙벙할뿐이었다. 무어라 평할 여지도 없었다.
「라시아르」는 알려진대로 탱크처럼 밀어붙이며 집중타를 터뜨리는 파이터로 역시 무서운 위력을 갖고 있었다. 도전자 신희섭이 상대를 알고 었었다고 하지만 치고 빠지는 포인트 작전으로 이겨 보겠다고 한 도전 자체가 무리였고 더구나 초반정면으로 맞선것이 무모했다.
이번 타이틀매치는 우선 기량보다도 파워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여 결국 승부가 뻔한 미스 매치였다.
신은 그동안 OPBF타이틀을 따내는등 상승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프러모터측은 이번 대전에 앞서 「라시아르」와 비슷한 구미 복서를 데려다 신의 진정한 기량을 재보지 못한채 성급하게 타이틀매치에 나서는 우를 범했다.
또 신측은 막연히 훅이 주무기인 복서라는것만 알았을뿐 아무런 대책없이 링에 오른것이 끝내 화를 자초한 셈이었다.
신은 주니어 플라이급에서 한체급 올려 이번도전에 나섰을뿐 아니라 그동안 동양권에서 대단치않은 상대와 싸웠을뿐이어서 처음부터 모험을 하는 느낌이었다. 더구나 신은 이제19세의 나이로 막자라는 과정에있어 성급한 세계도전으로 유망한 재목을 일찍 꺾어버린 결과가 되지않았나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에겐 앞으로 희망이 있다지만 어린나이에 당한 충격의 상처를 극복하기는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