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남자 김재걸' 삼성 2연승 주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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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삼성 연승의 주인공 김재걸이 연장 12회 말 김종훈의 안타 때 환호하며 홈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구=뉴시스]

분명 혈투였다. 역대 포스트시즌 사상 최장시간인 4시간45분은 손에 땀이 마를 겨를도 없이 흘렀다. 맑은 가을 하늘을 보고 시작된 경기는 대구구장에 어둠이 가득 내리고서야 끝이 났다.

삼성이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에서 두산에 2연승을 거뒀다. 15일 1차전에서 5-2로 기선을 제압한 삼성은 16일 2차전에서도 1-2로 뒤지던 9회 말 김대익의 동점 홈런과 12회 말 김종훈의 끝내기 안타로 3-2로 역전승했다.

경기 뒤 두산 김경문 감독이 "낼 수 있는 점수를 내지 못해 역전패했다"고 말했을 만큼 두산은 초반 기세를 득점과 연결하지 못했고, 그게 결국 패인이 됐다. 2회 무사 1루에서 안경현의 2루타로 1점을 얻은 뒤 계속된 무사 2루, 3회 무사 1, 2루의 찬스를 무산시켰다.

삼성은 패색이 짙던 9회 말 1사 뒤 한국시리즈에서 통산 일곱 번밖에 나오지 않은 대타 홈런으로 짜릿한 동점을 만들었다. 김대익은 두산 마무리 정재훈의 포크볼을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이 넘어간 그 자리, 그 거리였다. 삼성은 연장 12회 말 김재걸이 2루타를 때려 득점의 발판을 만든 뒤 1사 3루에서 김종훈의 안타로 승부를 끝냈다. 1차전에서 타격 도중 손가락을 다친 박종호 대신 타석에 들어와 결승타 포함, 3타수 2안타를 때린 김재걸은 이날도 볼넷 두 개를 포함한 3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러 대구 시리즈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삼성의 '리틀 선' 오승환은 연장 10회 무사 1, 2루의 위기에서 등판해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3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정규리그에서도 오승환에게 단 한 점도 뽑지 못한 두산은 1, 2차전에 연속 등판한 오승환에게 여전히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김대익의 홈런이 나오고 나서 흐름이 무조건 우리 쪽이라고 자신했다. 하위 타선과 대타 등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잘해줘 2승을 했다"고 말했다. 3차전은 18일 오후 6시 잠실에서 벌어진다. 선발투수는 삼성 바르가스, 두산 박명환이다.

대구=이태일 기자,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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