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곡이제』…깊은 시상, 단단한 언어 구성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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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름에는 글을 쓰는 일도 여간 힘들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작품들을 접할수 있어 오히려 서늘하기까지 하다.
서양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말을 좋아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고한다. 행복이 자족감으로부터 비롯되는 안정감이라 한다면 사랑은 고통스러운 희생을 통하여 성취되는 희열감일 것이다.
『사랑의 노래』는 특별히 감동적인 사랑의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사랑의 아름다움과 서로를 자신보다 위하는 이해와 희생적 다짐이 조화를 이룬 사랑과 행복감을 소박하게 노래한 시조라 하겠다. 『바다 소곡이제』는 이중섭 화백의 그림을 대함으로써 발상된 작품이다. 이화백의 그림중에는 어견유와 어린이가 많이 등장된다. 그것은 고기나 게 그리고 어린이를 가장 순수한 생명체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니오, 그의 내며적 심상의 세계를 야성(야수)적으로 표출한 창조적 세계인 것이다. 이 작품은 이러한 화가의 내면적 세계보다는 이를통해 현상적 세계(혹은 사물에)의미의 천착을 가하면서 이화백에 대한 인간적 향수까지를 느끼게 하고 있다. 깊은 시상과 단단한 언어구성으로 공감을 주는 이 시조는 작가의 시적 능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거미』는 인생(작자)의 삶에 대한 인식, 즉 아슬아슬한 삶의 모습이 거미줄에 매달린 거미와 곡마단의 서툰곡예사의 모습으로 연결된 참신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소파시인의 시조에「오늘에 살았는 기적이 어이 이리 슬픈고」한 귀절이 있듯이 우리가 사는 일이 기적처럼 느껴질수가 있다. 더구나 그것이 민족적 현실의 극한상태였을 때는 더할 나위 없겠으나 일상의 삶고 그 생의 영위라는 것이 결코 쉬울리는 없는것이오, 그 삶의 어려움ㅇ르 헤쳐가는 자신의 모습을 거미와 곡예사에 바유한 표현으로써 절실한 심정과 삶의 인연의 긍정적 이해의 자세는 더욱 공감을 준다.
『전선에서』는 철조망을 마주하고 있는 병사의 체험과 헌실적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철조망에 걸리고 막힌, 들리지도 들을수도 없는 조국의 현실과 그 비원이 내적 의미세계를 이루고 있으나 예리한 감성적 표현을 얻지못함으로써 다소 피상적·관념적인 감이 없지 않으며,『사모곡』은 모든 사람에게 널리 공감될수 있는 소재(어머니)의 노래다. 그러나 어머니를 오브제로 했을 경우 적어도 지금까지 있어온 발상이나 표현만으로는 독창적일수 없는 것이다.『단오』에도 같은 말을하고 싶다.
김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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