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기름 안 쓰고 아파트 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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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도시가스나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난방을 해결하고 있는 아파트가 있다. 서울 신대방동의 주상복합아파트 삼성옴니타워는 공기를 압축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실내를 덥히는 '공기 히터펌프 시스템'을 14일 가동했다.

전기로 움직이는 이 시스템은 그동안 경제적 실효성이 떨어져 상용화되지 않았었다. 입주민 대표회의 김 무(전 삼성중공업 사장) 회장은 "1일부터 13일 동안 전체 72가구를 대상으로 시험 가동한 결과 난방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70평형 아파트의 월 난방비가 평균 28만원가량 들었는데 앞으로는 7만원가량으로 줄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아파트의 지난해 10월 한 달과 올해 10월 1~13일의 도시가스 사용량을 점검한 결과 가스 사용량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0월의 하루 평균 가스 사용량은 511㎥였는데 올해는 지난해의 35% 수준인 180㎥에 불과했다. 다만 이 시스템으로는 물 온도를 섭씨 60도 이상을 올리지 못해 급탕(목욕물)을 쓸 때는 기존 보일러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히터펌프 시스템을 개발해 이 아파트에 시공한 월드원하이테크의 이용흥 회장은 "공동주택에 이 시스템을 적용한 것은 국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박화춘 박사는 "히터펌프 시스템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해 보이지만 전기료가 많이 들고 특히 겨울철에는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며 "이 히터펌프 시스템의 성공 여부는 올 겨울이 지나면 판가름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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