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기업·병원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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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복 차림의 일본 경찰이 14일 도쿄 소재 한 조총련계 병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기 위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일본 경찰이 불법 의약품을 판매한 혐의로 조총련계 기업과 병원 등 11곳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조총련 산하 단체 간부 두 명을 체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의 공안 당국은 수사 대상인 조총련 산하 재일 조선과학기술협회가 북한의 무기 생산과 관련된 전략 물자 반출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어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찰은 14일 조총련 산하 단체 간부 현성배(69)와 정명수(53)를 허가없이 의약품을 광고하고 판매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두 사람이 부회장으로 있는 재일 조선과학기술협회와 친북한계 과학자들을 지원하는 김만유협의회 등 11개 사무실을 의약품관련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 중 한 곳은 도쿄 아다치(足立)구에 있는 니시 아라이 병원으로 이 병원 원장이 1980년대 평양에 대규모 종합병원을 세워주는 등 북한과 인연이 깊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압수수색에서는 경찰 수백 명과 회사 직원들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일본 경찰에 따르면 의약회사 대표 현성배는 지난해 5월부터 올 4월까지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의약품 9만2900엔어치를 2명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컴퓨터 회사 대표 정명수(53)는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이들 의약품이 암과 에이즈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광고를 인터넷에 게재한 혐의다.

그러나 일본 경찰이 밝힌 이같은 표면적 이유와 달리 조총련과 북한의 전략물자 반송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공안 관계자는 "조선과학기술협회가 북한의 미사일 또는 핵 기술 개발에 필요한 부품.소프트웨어.기술 등을 반출 또는 제공하는 데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가지고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압수수색에 앞서 이례적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총련은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과 일본의 평양선언과 북.일 수교 협상을 재개하기로 약속한 6자회담 공동문서의 합의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 "체포된 두 사람은 재일조선과학기술협회와 아무 관계가 없으며 협회가 의약품의 생산이나 판매에 관여한 사실도 없다"며 이번 수색에 대해 비난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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