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기상대가 본 올 여름기상|장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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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왔다. 일본남해상에 걸쳐있던 장마전선이 북태평양 해양성 열대기단의 북상으로 6월말 우리나라 서남쪽까지 치밀고 올라온 것. 1일밤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함으로써 장마권 안에 들게된 우리나라는 장마전선이 완전히 북상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20일께까지 3주간을 장마속에서 지내야될 것이라는 중앙기상대의 예측이다.…○
이같은 예측이 들어맞는다면 우리나라의 올여름은 기온이 다소 높은 것을 제외하면 기상패턴면에서 전형적인 「한국형 여름날씨」가 될 것 같다. 바꿔 말하면 특이한 기상변화에 따른 재해가 발생할 확률이 낮다는 것. 재해를 일으키는 가장 큰요인은 강수량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대략l천2백mm. 이중 6백mm를 넘는 반이상이 여름철 3개월(6∼8월)동안에 내리며 그중의 반이 장마기간중에 쏟아진다.

<절반이 장마철에>
장마중에는 특히 집중호우가 다른 때보다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장마중에 내린 집중호우로 입는 인명과 재산등의 각종 재해는 어떠한 다른 기상재해보다도 피해가 크다.
지난 71년부터 80년까지 10년간 발생한 주요 기상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를 분석해보면 총5천3백39명의 사상자중 68·2%에 달하는 3천6백43명이 호우로 인한 피해자였다.
이는 태풍으로 인한 사상자 4백74명의 8배 가까운 피해이며 폭풍으로 인한 피해자 1천73명의 3·4배에 달하는 규모로 집중호우의 무서움을 잘 나타내 준다.
사망자만읕 보면 호우로 인한 피해점유율은 더욱 높아 총2천66명의 75·2%인 1천5백53명이나 돼 기상재해로 인한 사망자의 4분의3이상이 호우로 인한 피해자임을 알수 있다.

<지역간 차이심해>
중앙기상대는 이번 장마기간의 강수량이 전국적으로는 예년보다 다소 적은 편이 될 것 같다고는 하면서도 장마전선의 불규칙한 이동이 예상돼 지역간 강수량의 차이가 심할 것이며 특히 국지적 집중호우가 예상된다고 우려하고있다.
호우란 하루에 l평방m안에 80mm이상의 비가 한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고온다습한 기류가 넓은 지역을 거쳐오다가 산맥이나 좁은 계곡을 만나면 급상승하면서 구름대를 형성, 비를 뿌리게 되는데 이때 그 지역에 집중호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때문에 집중호우현상은 일어나던 지역에서 다시 일어나기 쉬운 특성을 갖고있다.

<상습지역 정해져>
특히 산악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집중호우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 종종 큰 피해를주고있다.
우리나라에서 지형적인 이유로 상습호우피해지역이 되는 곳은 소백산맥이 가로막고있는 영남지방의 낙동강하류 및 하동지방,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이 둘러싸고 있는 섬진강하류를 중심으로한 호남지방, 대관령부근과 제주도 일대등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역을 크게 잡아 본 것이고 국지적으로 분류하면 이외에도 호우 다발지역이 많음을 알 수 있다.
72년부터 80년까지 9년간 80mm이상의 호우가 16회(연2회) 이상 있었던 지역은 서울을 중심으로한 경기지방일원과 인천 및 강화도, 대관령을 둘러싼 평창·정선·명주군일대, 대전을 중심으로한 충남 동북부일대와 보은·옥천부근의 충남 일부,변산반도와 전남전역,남해에 연한 경남지역과 제주도 전역 등이다.

<제주일대도 포함>
한편 2백mm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려 상당한 피해를 본 곳은 북으로 인천과 강원도 양양을 잇는선, 남으로는 수원과 강릉을 잇는 선안에 포함되는 중부지역과 대전· 옥천· 보은지역, 변산반도와 군산지역, 목포에서 울산에 이르는 남해안전역, 그리고 한라산주위 제주지역이 이에 속한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서는 특히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농경지침수·축대붕괴등과 이에따른 인명및 재산의 피해를 막기 위한 평소부터의 대비를 철저히 해야할 것이라는 얘기다.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한 80년 전국적인 호우때 특히 충북보은지방의 피해가 컸던것도이러한 경우로 서해쪽으로부터 들어오던 고온다습한 기류가 학용산을 넘어오다가 소백산맥에 속한 속리산에 부딪쳐 상승하면서 집중호우를 퍼부어 일어난 현상이었다.

<세밀한 대비필요>
80년7월22일 하룻동안 무려 3백3mm에 달하는 폭우가 보은지방을 강타해 피해가 막심했으나 인근 충주에는 47mm안팎의 비가 내린 것을 봐도 호우가 지형적 특성에 따라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볼 때 다른 지역도 호우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집중호우의 위험이 항상 따르는 다발지역에서는 더욱 세심한 준비와 경계가 요구된다고 말할 수 있다.

<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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