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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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백악관은 요즘 런던 쪽을 힐끔힐끔 돌아다보면서 희색이 만면하다. 「레이건」대통령은 아직 「대처」여사가 획득한 포클랜드전쟁의 승리와 같은 외교상의 득점은 못 얻었지만 경제·정치·외교 면에서 서방지도자들 중 가장「대처」와 쌍둥이 같은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런던에서의 총선 소식을 백악관이 84년을 향한 길조로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대처」여사의 정치운세를 펴준 요소가운데 하나가 지리멸렬 상태에 빠진 노동당의·무기력이었다는 점을 미국 쪽에 투영해 볼 때 「레이건」대통령의 84년 정치운세는 반드시 밝은 것만은 아니다.
현재 민주당 쪽에서는 6명의 정치인들이 84년 대통령출마를 공식으로 선언해놓고 있다. 앞으로 13개월 동안 각주의 예선과 당 대회를 통해 후보가 1명으로 축소되는 과정에서 많은 엎치락 뒤치락이 따르겠지만 현재로서는「먼데일」, 「존·글렌」, 「앨런·크랜스턴」, 「게리·하트」등 4명이 선두 주자권에 들어간다.
이들은「글렌」을 제외하면 모두 「레이건」의 이념적 적수인 중도좌파 정객들이다.
이중에서「먼데일」은 지명도에 있어서나 전국적인 조직에 있어 다른 후보를 앞지르고 있기는 하지만 「케네디」가 불출마를 선언한 이래「새 지도자」와 새로운 이슈를 찾고있는 민주당내 열기로 볼 때 새롭지도 않고 박력도 없다는 평을 받고있다. 그와 같은 약점 때문에 「먼데일」의 선두주자로서의 위치는 현재 불안한 것이라는 평을 듣고있다.
이와 같은 형세를 감안할 때 최근 위스콘신주에서 실시된 민주당의 비공식인기투표에서「먼데일」이 「크랜스턴」상원의원에게 1위를 뺏긴 사건은 의미를 갖는다. 이 인기투표에서 1위는「크랜스턴」(38·8%), 2위는「먼데일」(35·7%), 3위는「하트」가(21·8%)로 나타났다. 「글렌」과 다른 후보들은 이에 불참했다.
이번 인기투표결과가 보여준 바람의 방향은「먼데일」이 확고한 선두주자가 아니라는 점과 핵무기 동결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 정도다.
「크랜스턴」은 자기의 승리가 바로 미-소 핵무기동결주장을 내세 운데 대한 당원들의 호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하고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대통령후보경쟁은 아직 새벽이다. 지금 선두에서 달리는 주자가13개월후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뽑힌다는 보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각광을 받는 선거이슈가 그때 가서도 강력한 정강이 되리란 보장도 없다. 「레이건」이란 우경정치인이 선점한 정치적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민주당은 새로운 지도자, 새로운 정치이슈를 모색하기 위한 진통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장두성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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