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함 읽은 여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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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저녁식사때였다. 갑자기 가느다란 비명소리와 함께 왁자지껄한 소리가 혼합되어 들려오면서 언제나 조용하기만 하던 우리동네에 예외로움을 가져다 주었다.
도대체 무슨일인가 하고 뛰어나가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니 바로 대문앞에서 고2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 대여섯명이 한데 엉겨 싸우고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소리를 치니까 그들은 비로소 무안한듯 슬금슬금떠나가기 시작했다. 어떤 마음상태로 가고 있는지는 알수 없었지만 그들의 옷차림이 얼른 나의 눈에 들어왔다.머리는 아주 짧은 커트로 남자와 흡사했고 입고있는 옷은 디스코 바지라고 불리는 것인가본데 칠푼 정도로 짧았다.
아뭏든 조금전에 있었던 격투에는 편리한 복장이었겠지만 교실에 정숙히 앉아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꿈을 키우는 여고생으로는 쉽게 생각할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직까지도 나의 눈에 아른거리는 여고생의 모습은 흰블라우스에 감색스커트를 산뜻하게 받쳐입은 모습이다. 나는 여고시절 흰교복을 남보다 더욱 희게 입고 싶어했으며 아침에 다려입고 나온 교복이 구겨질세라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일들이 문뜩 생각나면서 왠지 개운치 못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여성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면 중요할수 었는 옷차림이 여고시절부터 기초가 다져져야 한다.
바지를 예쁘게 입은 여학생도 귀엽지만 치마를 깔끔하게 입은 여학생은 더 귀엽게 보인다.
우리동네를 잠시나마 시끄럽게 해주었던 그 여학생들은 모든 여고생중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고 싶다.
교복이라는 규율에 묶여서 여학생의 멋을 다듬는 것보다 교복자율화속에서 스스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갖추어 가려고 노력한다면 더욱 멋진 여학생이 될수있으리라 확신한다. <대구시남구대명9동528의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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