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공연 보러 방북한 30대 관람 중 산통…평양서 딸 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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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황씨는 당초 17일 제왕절개 수술로 둘째 아이를 낳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기검진에서 의사로부터 무리한 일정이 아니라면 1박2일의 관광도 괜찮다는 소견을 듣고 시부모와 함께 평양행에 올랐다. 황씨는 10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던 중 갑자기 통증을 느꼈다.

황씨 방북을 주관했던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에 따르면 공연에 앞서 황씨는 노약자 등을 진찰하기 위해 북측이 대기시켰던 의료진의 검진을 받았지만 이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공연이 끝난 오후 9시30분쯤 황씨는 경기장에 준비돼 있던 앰뷸런스로 인근 평양산원에 옮겨졌다. 겨레하나 관계자는 "이날은 북한의 노동당 창건 기념일로 평양산원이 휴무였지만 급박한 소식에 원장을 비롯한 의료진들이 출근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평양산원에서 산후조리를 한 뒤 26일께 돌아온다. 겨레하나는 통일부에 산모와 시부모의 체류기간 연장을 신청하는 한편 신생아 건강을 위해 돌아올 때는 항공편이 아닌 육로를 이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대한 허용할 방침"이라며 "신생아는 당연히 대한민국 국적"이라고 했다.

황씨는 1998년 8월 한총련 대표로 평양을 방문한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 2월 경찰의 원천봉쇄 속에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을 맡고 있던 윤기진(31)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남편 윤씨는 현재도 수배 중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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