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비법 위반 확인하려면 테이프 꺼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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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국감에서 답변하고 있는 천정배 장관. [연합뉴스]

11일 열린 법무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국가정보원(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 테이프 내용에 대한 수사 문제에 대해 "국민적 토론을 거쳐 결정할 중대한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천 장관은 "테이프 내용도 수사해야 하지 않느냐"는 열린우리당 이원영 의원의 질문에 "국회에서 특검법.특별법 등 테이프 내용 공개 방식과 관련한 법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검찰이 수사해 버리면 내용이 국회 의결 전에 공개될 우려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검찰이 공씨를 시켜 테이프의 목록과 주요 내용을 정리하도록 하고 있다는 본지 보도(10월 11일자 1면)에 대해선 "(검찰이) 압수한 테이프가 실제로 통신비밀법을 위반하는 증거인지를 확인해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어 "테이프는 (내용이 유출되지 않도록) 매우 철저하게 보관하고 있지만 (통비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려면 꺼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이날 국감에서는 대상그룹 비자금 사건도 쟁점이 됐다. 인천지검은 2002년 대상그룹 수사에서 임창욱 명예회장을 '참고인 중지' 처분했다가 '봐주기' 논란이 일자 재수사를 벌여 올 7월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했었다.

천 장관은 "결과적으로 저 자신도 (임 회장을) 사건 초기부터 기소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차 수사팀은 임 회장이 확실하게 유죄 판결을 받을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고, 경위 조사가 철저히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한편 천 장관은 법조인들과의 사적인 모임에서 올 10~11월 퇴임하는 대법관들의 후임으로 특정인들의 실명을 거론해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대법관 인선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사법 관계자에게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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