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중국 정부 LCD에 큰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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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BOE와 하이디스(하이닉스의 LCD 부문 옛 자회사)의 만남은 중국의 자본과 한국의 기술이 결합한 대표적 협력 사례입니다."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화상(華商)대회에 참석한 중국 BOE그룹의 왕둥성(王東升) 회장(48.사진)은 BOE의 하이디스 인수를 한.중 경제협력의 '윈-윈 모델'로 평가했다.

BOE는 2003년 1월 모회사의 부실로 어려움을 겪던 하이디스를 인수할때 한국에 알려진 중국 전자기업. 당시 한국에서는 기술 유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BOE로서는 LCD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발판을 마련했다. BOE는 한국에는 'BOE하이디스', 중국에는 'BOE OT'라는 계열사를 두고 LCD 사업을 펼치고 있다. 두 회사의 경영은 하이디스 대표였던 최병두 사장이 맡고 있다.

BOE그룹은 하이디스를 인수한 이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매출(451억 위안, 약 5조8000억원) 기준으로 하이얼에 이어 중국2위의 전자업체가 됐다.

왕 회장은 LCD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BOE의 인수.합병(M&A)을 통한 빠른 성장의 뒤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힘 됐다는 것이다.

왕 회장은 "중국 정부는 LCD산업을 국가 중요 산업으로 지정해 토지 및 세금 정책에서 각종 우대를 한다"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BOE의 지분도 갖고 있다. BOE하이디스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정부 소유 투자회사를 통해 BOE 그룹의 지주회사 지분 52%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OE는 현재 베이징(北京)에 5세대 LCD 라인을 가동하고 있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신규 라인 두 개를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인터뷰에 배석한 최 사장은 "중국이 현재 한국과 같은 7세대 공장을 짓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그 시기는 기술력보다는 시장과 자금동원력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회장은 하이디스 인수 당시 한국에서 불거졌던 기술유출 논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모든 기술은 상업화돼야 의미가 있으며, 유출 논란 때문에 기술 무역의 문을 닫아 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하이디스를 인수하기 전 많은 일본 LCD업체들이 중국 진출 의사를 타진해왔고 만일 일본과 손잡았다면 중국에는 한국 대신 일본 장비업체들이 들어왔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BOE의 베이징 5세대 공장가동으로 한국산 부품.소재 및 장비업체들이 연 5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며 "한국이 기술 중심국이 되려면 기술유출을 겁낼 것이 아니라 기술을 적극 상업화해야하고 중국이 그 거점 역할을 할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항저우(杭州)전자공학원(학사)와 쓰촨(四川)성 중국전자과학기술원(석사)을 졸업한 왕 회장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국영 베이징 브라운관 공장(BOE의 전신)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경영 수완을 발휘한 뒤 1993년 이 공장이 민영화될 때 동료들과 함께 지분을 인수해 회장에 취임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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