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박 포석' 모래바람 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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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선수 전원이 서울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박주영(왼쪽)등 대표선수들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란은 한국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18위)이 8계단 높고, 한국이 이겨본 지 오래됐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헌신적으로 훈련에 임해 왔다. 이번 기회에 이란을 이겨 변화를 주기 바란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7일 선수들을 소집해 엿새 훈련을 하고 1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과 맞붙는다. 역대 전적에서 7승3무7패로 호각세고, 지난해 아시안컵 8강전에서는 난타전 끝에 3-4로 졌다. 아드보카트 감독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전이다. 자신의 축구 색깔을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짧았지만 가능성은 보여줘야 한다.

축구팬의 관심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FC 서울)이 함께 뛰는 공격진에 쏠려 있다. 이 둘을 어떻게 활용해 최상의 효과를 얻느냐가 용병술의 핵심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전반 '좌 주영-우 지성' 날개에 이동국(포항)이 중앙에 포진하는 스리톱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기와 기동력이 뛰어난 '양 박'이 좌우에서 찬스를 만들고, 활동 폭은 좁지만 논스톱 슈팅이 발군인 이동국이 마무리한다는 포석이다. 박지성으로서는 2002 월드컵 이후 3년 만에 대표팀에서 오른쪽 윙포워드로 뛰게 된다. 1일 프리미어리그 풀럼전에서 3골을 만들어 낸 자리다.

하지만 미드필드에서 전방으로 기습침투를 즐기는 박지성의 플레이 스타일과 넓은 활동폭을 감안하면 중앙 미드필더가 낫다는 지적이 많다. 박지성이 3-4-3의 윙포워드에서 3-4-1-2의 '1'(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오고 박주영이 처진 스트라이커로 뛰면 '양 박'의 콤비 플레이가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박주영도 처진 스트라이커로 중앙에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한다.

김대길 KBS스카이 해설위원은 "전반에 게임이 풀리지 않으면 박지성이 중앙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도 "지성이는 어디서든 제 몫을 하는 선수지만 개인적으로는 중앙 미드필더가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합동 기자회견에서 이천수(울산)는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다들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황태자'라는 소리는 월드컵이 끝난 뒤 듣겠다"며 본선에 가겠다는 열망을 표현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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