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이제 잔디서 자랄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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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 청소년축구대표팀이 세계4강에 도약한 것은『세계축구사에 가장 놀라운 사건의 하나』였다.
「세계축구의 눈」으로 볼때 놀라움은 이것으로 그치지않는다.
축구란 당초부터 잔디위에서 하는 스포츠다. 그러나 한국축구는 오로지 맨땅위에서 자라왔고 현재 흙먼지를 마시며 축구를 하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청소년팀을 보고 경이와 찬탄을 보낸 세계의 눈이 만약 한국축구계의 실상을 보게되면 더욱 충격적인 경악을 금치못할 것이다. 황량한 사막의 한가운데에 꽃이 핀것과 다름없는 기적으로 여길는지도 모른다.
「세계4강」이 대견한 이유, 그리고 앞으로 더 높은곳을 향하는 야망을 가로막는 거다란 과제가 잔디구장이 부족한 국내의 현실이다.
현재 국내엔 서울운동장을 비롯하여 전국 수요대도시의 공설운동장에 천연잔디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 공설운동장은 거의 공식대회에만 제공될뿐이다.
축구와 잔디의 문제가 강조되는것은 대회이전에 선수들이 평소의 훈련을 잔디위에서 해야 하기때문이다. 그래야만 올바른 축구를 배우고 고도의 기술을 터득할수가 있다.
서울운동장잔디가 아무리 잘 관리되고 잠실대운동장이 건립되며 효창의 인조잔디구장이 신설되더라도 그것들은 대회용으로 그칠뿐이다.
절실한 문제는 훈련용 잔디구장이다.
국내엔 제일은·서울신탁은·외환은·농협·포항제철·도로공사·육사및 해군통제부등 서울교외와 일부지방에 잔디구장이 있으나 축구계에 널리-특히 자라나는 각급학교의 청소년들에게-개방될 형편이 못된다.
전국각지의 주요경기장에 모두 천연잔디를 깔기란 국내실정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기후조건 때문이다.
전국 주요도시의 운동공원을 대폭증설, 잔디그라운드를 마련하더라도 그유지를 의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차선책이 개축증인 효창구장과같이 인조잔디구장을 전국적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모든 시립공원에 소규모나마 인조잔디구장을 만들며 특히 각도시 공설운동장의 그라운드를 인조잔디로 만든다면 각종대회의 원활한 소화는 물론 4계절에 걸쳐 축구선수들에게 좋은 훈련장이 될수있다.
인조잔디는 최근 고도로 개발되어 천연잔디의 질에 흡사한 제품이 나오고 있으므로 수명의 반영구성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각지역 공설운동장의 천연잔디를 인조잔디로 개수하는데는 약 13억원(기초공사 6억원, 잔디포설 7억원)이 소요된다.
88서울올림픽에 대비하는것뿐만아니라 한국축구의 영구적인 세계상위권 도전과 유지를 위해서는 이러한 인조잔디구장의 확보가 급선무라는것이 축구계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한편 국내축구발전에 일단 숨통을 틀것으로 기대되는 효창구장개축은 지난4월1일 착공되어 현재 스탠드증설공사가 70% 진척되었으며 그라운드의 기초공사를 지난주 마치고 서독에서 도입한 인조잔디(폴리그라스)의 포설이 진행되고있다.
7월10일께 인조잔디를 모두 깔고 8월말까지 스탠드증축을 끝내며 9월중 야간조명시설도 완공할 예정이다. 총공사비는 약3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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