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공비의 침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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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괴무장공비 3명이 휴전선비무장지대를 넘어 우리 쪽으로 침투해오다가 사살된 사건은 이미 예상됐던 것이긴 하나 우리에게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북괴는 새벽의 어두움과 우거진 녹음이라는 좋은 침투조건을 이용, 음험한 술책을 기도했으나 이에 한 걸음 앞서 아군은 이러한 도발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철통같은 방비태세로 임한 결과 이들을 사살한 것이다.
아군의 경비태세에 다시 한번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며 그들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국토방위 노고를 치하한다. 특히 북괴의 만행을 최초로 적발함으로써 수훈을 세운「임진강결사대」의 한 병사가 입대한지 4개월밖에 안된 신병이었으며 침착한 태도와 신속한 보고로 빈틈없는 작전을 세울 수 있었다고 하니 더욱 대견스럽다. 북괴가 이번 무장공비침투를 기도한 것은 오는10월에 서울에서 열릴 국제의원연맹(IPU)총회를 비롯,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등 우리가 개최하는 각종 국제적 행사를 그들이 얼마나 시새움하고 있으며 이를 방해하기 위해 얼마나 광분하고 있는지를 실증하는 사건이다.
이들은 남한에 침투하여 우리 사회를 교란시킴으로써 마치 우리 내부의 조직적인 반대세력에 의한 폭력적 저항인 것처럼 꾸며 서울의 국제행사개최를 불가능하게 하려는 터무니없는 시도를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시도는 최근에 탈출해온 북괴군 귀순자들이 폭로한 북괴군의 동향과 우리국군이 입수한 첩보의 분석결과와 일치하고있다.
종전에도 북괴는 휴전선 임진강루트를 이용한 녹음기 침투나 해상을 이용한 우회침투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은 어김없이 우리 군에 의해 일망타진 돼왔다. 그런데 이번에 침투한 무장간첩들은 지금까지의 공비들의 무장공비와는 달리 소음권총과 우리국군의 계급장이 달린 국군복장을 휴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이 침투에 성공했다면 우리국군으로 복장을 위장하고 요인암살·주요 시설파괴를 기도했으리라는 대 간첩본부의 분석이다. 북괴가 지난2월 국군 및 미군복장과 장비를 제3국을 통해 대량으로 구입했다는 정보가 사실이었으며, 그 목적이 무엇이었는가도 이번 사건으로 백일하에 폭로됐다고 하겠다.
북괴가 이토록 한국의 안정과 국제적인 지위향상을 방해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안팎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현실에 눈을 둘려볼 필요가 있다.
북괴내부에서는 김정일의 권력세습에 따른 권력암투가 암암리에 내연하고있고 전쟁준비를 위한 군비강화에 혈안이 된 나머지 경제는 파탄직전에 놓여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불만과 불평이 거의 한계상황에 있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내부경제의 피폐로 대외채무의 변제 불이행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부족한 외환사정을 커버하기 위해 이른바 외교관이란 신분을 가진 자들까지 외교면책특권을 악용, 밀수를 하다가 적발돼 주재국으로부터 추방을 당하는 등 국제적 지위가 날로 실추되고있다.
이 같은 어려운 실정으로부터 돌파구를 찾으려면 결국 남한에 대한 도발의 길을 택하리라는 전문기관의 분석이다. 이번 무장간첩 3명의 침투봉쇄는 결코 우연스런 일이 아닐 것이다. 북괴의 동태를 잠시도 한눈 팔지 않고 주시하고, 예상되는 그들의 도발에 만반의 대응태세로 임하고 있는 국군의 개가임에 틀림없다.
이번 무장간첩의 침투기도가 좌절됐다고 해서 도발의지를 중단했거나 대남 정책을 전환 할 리 만무한 것이 북괴의 생리다. 앞으로 있을 제2,제3의 도발에도 이번 경우와 같이 철저하고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전방을 지키는 국군은 물론 후방의 국민들도 경계심을 갖고 임해야 할 것이다. 북한측도 이러한 무모한 시도가 허황된 망상임을 하루빨리 자각하고 대화의 광장에 나와 공존의 길을 함께 모색하도록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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