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임금 체불기업 1만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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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구고용센터 2층 창구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대구·경북의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9만명을 넘어섰다. [프리랜서 공정식]

# 지난 19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대구고용센터 2층. 월말이면 북적이는 은행 창구처럼 수십 명이 번호표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격이 되는지 상담하고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실직 근로자들이다. 20대로 보이는 A씨는 “설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난주 직장을 잃었다”며 “급여의 50%에 최대 240일간 지원하는 실업급여가 현재로선 유일한 생계 수단”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11월 대구시 동구의 한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퇴사한 B(54)씨는 대구고용노동청의 연락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공장 대표가 2개월치 월급인 400만원과 퇴직금 900만원을 주지 않아 고용노동청에 고발을 해둬서다. 그는 “최근 고용노동청에 가보니 체불 문제를 상담하는 근로자들이 유독 많다. 설이 코 앞인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와 체불액 규모, 체불기업 수…. 대구·경북 지역의 3대 노동 불황 지표가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20일 대구고용노동청과 대구고용센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대구·경북의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는 9만521명. 2013년의 8만5410명보다 5111명이 증가했다. 2012년에는 8만7629명이었다.

 체불액과 체불기업도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체불기업은 1만1곳, 체불액은 930억7100만원이었다. 2013년에는 8600곳, 689억5500만원에 비해 체불 기업은 16.3% 체불 임금은 35% 증가했다. 서정애 대구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은 “2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체불 때문에 설을 코 앞에 둔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폐업 사업장은 1년 사이 100곳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467곳의 지역 사업장이 문을 닫았다. 2013년 폐업 사업장 387곳보다 80곳이 늘어난 수치다.

 지역 노동시장의 불황은 국내 스마트폰과 자동차 판매량 급감이 그 시작점이다. 성서공단 등 지역 근로자 상당수가 일하는 공단은 스마트폰과 자동차부품 하청업체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삼성·현대 등 대기업 원청업체의 제품 판매가 줄면 자연스럽게 하청업체의 일감까지 감소한다. 대구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해 체불기업 1만여 곳 중 상당수가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과 경북 칠곡군 왜관공단, 대구 북구 3공단에 있는 하청업체들이었다.

 대구고용노동청은 체불 근로자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3년간 퇴직금(최고 900만원)과 3개월치 급여(최고 300만원)를 지원하는 ‘체당금(替當金)’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체당금은 도산 기업에서 퇴직한 근로자가 사업주로부터 임금 등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 국가가 대신 지급해 주는 임금을 일컫는다.

 체불 근로자에게 최고 600만원을 연 이자 3% 안팎으로 대출해주는 ‘생계비 대출’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 통상 설이나 추석 2주 전부터 운영하는 30명의 근로감독관으로 꾸려진 체불임금 청산 지원 기동반(오후 9시까지 비상근무) 활동도 주요 대책 중 하나다. 근로자 체불 신고 상담은 대구고용노동청(053-667-6002), 실업급여 상담은 대구고용센터(053-667-6000)로 하면 된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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