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의 소급중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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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법이 윤리적 규범의 최소한이기 때문에 한 사회의 윤리적 가치기준에 법이 준거하려는 성향자체는 나무랄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사회현상을 윤리규범으로만 판단하는 데도 무리가 따르는데, 하물며 법이나 규칙만으로 한 사회의 도덕률을 구현할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지나친 생각일 뿐 아니라 여러 부작용을 낳게 된다.
최근 일어난 몇 가지 사회적 관심사를 둘러싼 법과 규칙의 혼용과정에서 우리는 이같은 무리가 개재되어 있음을 지나칠 수 없게 된다.
지난번에는 운동경기장 질서확립이라는 명분으로 야구감독이 구속되어 공권력 과잉개입을 둘러싼 논란이 일더니 이번에는 사치성 유흥업소에 대한 소급중과세가 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치성 유흥업소의 범람은 최근 수년간 눈에 띄게 현저해져 사회의 투기적 분위기 확산과 함께 각계에서 크게 우려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적 안정기반의 구축이 당면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싯점에서 거액의 투자와 사회적 자원이 불요불급한 비생산적·낭비적 산업에 투입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손실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역기능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같은 사회적 배경을 고려에 넣더라도 조세정신에 명백히 어긋나는 소급중과세가 정당화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모든 논의를 생략하고라도 법은 원칙적으로 소급적용되지 않아야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것은 기본에 속한다. 더우기 그것이 적용대상자의 부이익을 강요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최근 일부 사치성유흥업소에 대해 정부가 고액의 지방세를 갱정부과함으로써 납세자를 의아하게 만들고 있음은 주목할만 하다.
사치성 업소의 중과는 비록 그것이 사회적 요청이라해도 법규정에 충실히 따라야 하며 여론이나 분위기에 휘말려 형평이나 공정성을 잃지 말하야하는 것은 상식이다.
세금을 중과한 행정부는 지난해 11월에 개정된 식품위생업법에 따라 소급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었다.
그러나 이번의 사건은 지난1일자로 개정공포된 지방세법시행규칙개정령의 부칙에 근거하고 있어 조세법정주의 정신에 비추면 소급과세에 행다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
올해 재산세납부시한이 5월말로 끝났기 때문에 일부 업소에는 고지서를 재발부하고 이미 납부한 업소는 추가분을 다시 내라고 통고하는 등 행정과정에서도 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어느 모로 보아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세가 국세와는 달리 행정부의 재량에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은 매우 불합리 하며 국세에 준하는 국회동의를 거쳐야한다는 것은 여러번 지적하바 있다.
특히 이번의 경우처럼 부령에 불과한 시행규칙, 그것도 부칙조항으로 조세부담의 대상이 가능하게 되어 있는 지방세체계는 마땅히 고쳐져야 할 것이다.
사회문제로 부각되어 있는 사치성 업소는 적절한 절차와 법개정등으로 수리에 따라 중과하는 것이 바른길이다.
특히 이 문제는 유흥업소의 허가와 절차등에서 행정이 개입할 여지가 많았음에 비추어 행정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각종 사치성업소의 인허가 과정에 보다 신중한 정책적 배려가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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