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가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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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 야간에 줄다리기가 없지는 않았으나 순풍에 돛을 단듯 운항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제11대국회의 이미지라해도 크게 틀리는 말은 아닐 것이다. 우선 효율과 능률을 강조했던 제5공화국 정치목표에 걸맞는 국회상을 세우는데 어느 정도 접근한 셈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회밖에서 뜻하지 않게 일어난 난기류에 부닥치면서 국회는 출범 후 처음으로 미묘한 분위기에 빠져들어 제대로 방향을 가늠 못하고 있었던 것이 요즈음 의사당주변을 보는 솔직한 심정이었다.
8일 하오 여야 총무회담에서 가까스로 임시국회 일정을 타결한 것은 국회가 이러한 표류를 멈추고 일단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이번 임시국회는 지난4월에 이미 여야총무간에 6월개회를 합의했기 때문에 의당 열리기로 돼 있었으나 이른바 「정치현안」이 돌발함으로써 뜻하지 않은 진통을 겪게 된 것이다.
국회 밖에서 일어난 「현안」을 국회안에서 어떻게 다루고 처리하는 것이 여와 야의 입장에서 각기 명분도 살리고 국민도 납득시킬 수 있겠느냐 하는데 그동안 고심거리였던 것 같다.
국회란 민주정치체제 아래서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대의 기관이며 따라서 사안의 대소·경중을 막론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일이면 어느 일이나 국회가 이를 다루고 해결해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말은 표면에 노출된 문제 뿐만 아니라 숨겨져 있으면서도 안으로 곪아 번져서 종래는 터질 문제의 환부가 있으면 그것이 더 확산되기 전에 찾아 내어 미리 치유하는 것이 국회의 중요한 임무요 존재 이유라는 뜻이다.
능률만을 앞세운 나머지 문제를 외면한다는 것은 그 어떤 말못할 숨은 이유가 있다고 해도 스스로의 존재이유와 사명을 포기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이번 임시국회가 『최근의 시국문제틀 비롯, 모든현안』을 다루기로 했다니 뒤늦은 감은 있으나 반가운 일이라 하겠다.
10일간의 일정이 결코 충분한 기간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운영의 묘를 찾는다면 짧다고만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국정을 다룸에 있어 형식적인 갑논을박이나 고성공논을 철저히 배제하고 문제의 핵심이 어떤 것인가를 가려내 집중적으로 밀도 있게 걱정하고 논의 한다면 못할 일도 없을 것이다. 이른바 현안을 알리면 안될 큰 비밀이나 되는 것처럼 여긴다면 그것은 소극적이고 소심한 자세라는 평판을 듣기 쉽다.
모든 것을 명백하게 털어 놓고 논의하며 국민의 중지를 모아 순리대로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일이다. 이러한 뜻에서 여야총무들이 『모든 문제를 원내에서 논의하고 해결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것은 의회가 그 소임을 자각한 것으로 평가하고 국민들과 함께 그 귀추를 주시하고자 한다.
정치에 있어 「숨김」과 「외면」이 있을 수 없다. 정치는 어떤 독립된 영역이나 개념이 아니다. 정치는 정치·경제·사회·문화등 국정의 모든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장내」와「장외」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사회전반에서 일어나는 일,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국회는 장내로 수렴해야 하고, 또 장내에서 논의를 거쳐 결정된 사항은 어느 한 곳 막힘과 거슬림이 없이 장외로 확산되고 수용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이 신뢰하는 국회가 되고, 국민이 따르는 정치가 된다.
국회가 국민에게 숨기는 일이 있거나 국민의 여론을 회피하거나 묵살하는 일이 있으면 정치는 국민으로 부터 유리되고 그 결과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동안의 헌정사를 통해 이미 체험한 바다.
이번 국회가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모든 문제를 수용·처리함으로써 자신에 넘치고 신뢰받는 정치의 모범을 과시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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