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논술이 있는 책읽기]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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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신경생리학자 로저 스페리 박사는 만 7세 이전까지 사람의 좌우 두뇌 가운데 우뇌가 집중적으로 발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창의력.직관력과 관계가 깊은 우뇌를 잘 성장시키려면 오감을 두루 펼치며 신나게 놀아야 한다. 우뇌의 뒷받침 없이는 좌뇌의 이성 작용이 원활히 이뤄질 수 없으므로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말은 의학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노는 아이'와 '공부하는 아이'를 구분하고 '잘 노는 아이'를 못 마땅히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만 놀고 공부하라'는 외침은 쉴 새 없이 아이들을 공략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그만 놀아야 할까? 놀이가 공부가 될 수는 없을까?

'넌 학교 끝나면 뭐해?'(이경순 글, 파랑새어린이)는 놀이와 공부 사이에 금을 긋고 공부만 강조하는 어른을 향한 어린이의 질문을 담고 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태우는 콩나물 기르기를 좋아하고 청설모를 잘 길들이지만 학원 문턱은 밟은 적도 없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아이들 틈에서 태우는 외계인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소나기 같은 공부에 지친 아이들은 조금씩 태우 곁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함께 놀이를 즐기고 뜻밖의 값진 결실을 얻는다. 쓰러진 할아버지를 구해 '도움'의 참뜻을 배우는가 하면, 함께 만든 '매미소리 탈출장치'로 발명품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한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은 발그레한 볼을 되찾고 태우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성적이 오른다.

흔히 놀 때와 공부할 때를 잘 구분하라고 말한다. 놀이와 공부를 뒤섞으면 어느 쪽도 충분한 성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열심히 논다고 저절로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잘 놀아야 공부도 더 잘하게 된다는 것이 태우와 친구들의 주장이다. 놀이와 공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김지은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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