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초단 유재호, '신화'와 맞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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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예선결승 하이라이트>
白. 유재호 초단(한국) 黑. 조치훈 9단(일본)

다시 32명의 강자들이 유성에 모였다. 한.중.일 각 지역의 맹주들이다. 이들 중 누가 천지의 조화에 힘입어 제10회 삼성화재배의 우승컵을 거머쥘 것인가.

머리와 수염이 덥수룩한 조치훈 9단이 일본 선수단 좌석에 앉아 추첨을 지켜보고 있다. 그의 바둑인생은 전설과 신화 그 자체다. 2년 전에도 예상을 뒤엎고 이 대회 우승컵을 차지했고 그때 그는 빙그레 웃으며 "승부는 운"이라고 말했었다.

그의 상대로 유재호 초단이란 신인이 배정됐다. 본선 32강 중 딱 한 명의 초단인 유재호는 1988년생. 부산의 장명한 4단 문하에서 공부해 1년여 전 프로가 된 그는 한국에서도 매우 낯선 인물이니 일본에선 오죽할까.

장면1=흑의 조치훈 9단이 21로 빠졌다. 강수다. '참고도'의 정석 수순을 밟으면 서로 편할 텐데, 혹시 조 9단이 '초단'에 대해 실력 테스트를 해보는 것일까. 21의 수도 물론 실전에서 종종 두어지고 있으나 최근엔 '약간 무리'라는 결론에 봉착했다. 백△의 준동이 골치 아프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도 우선은 자신부터 보강해야 하는데 25에서 다음 한 수는 어디일까.

장면2=유재호는 정확하게 26의 급소를 짚어갔다. 짜릿한 일격. 흑은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 수 없고(뻗는 순간 끊긴다), 27로 웅크려야 한다. 33까지 한 점을 축으로 잡아 흑도 안전을 확보했지만 등판이 두꺼워진 백은 즉각 34로 준동하기 시작했다.

이 수에 자칫 잘못 응수하면 끊어진 어느 한쪽이 크게 다친다. 초반부터 복잡한 수읽기로 얽히고 있는데 이 접전에서 일단 흑의 첫수는 어디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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