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있는『기획서』불황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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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즈음 들어 여러 출판사에서「신서」「총서」「글방」등의 이름을 붙인 기획출판을 많이 하고 있다. 이중 몇몇 출판사의 책들은 나름대로의 성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독자들에게도 인지되어 불황속에서도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
출판에서 기획의 중요성이 확인되고 있으며 애써 기획한 만큼의 댓가를 얻고 있는 셈이다.
이들 책들의 공통점은 그 내용이▲첨단적 지식의 제공▲문학·사회·역사·경제등에 있어 종합적 시각을 갖게 해주는것▲살아있는 사상·학술이론·현실비판▲알아야할 현대의 고전▲한국학관계등으로 독자층이 기대했던 것이거나 독자층을 창출해낸 책이라는것.
또 일시적 폭발적 수요보다는 장기적으로 독자를 확보할수 있는 책이란 점도 비슷하다.
이들 책들은 일견 전문적인 것 같으나 사실은 대중성을 띤 책이란 특징도 지니고 있다. 현대사회의 다양성은 그 구성원으로 하여금 보다 다각적인 시선을 갖게하고 있으며 이들 책은 이같은 요구에 부응하여 각 분야의 기본적 이해를 돕고 근원적인 지식을 전달해주는 것이다.
출판사들은 이같은 책을 초판에 2∼3천부정도 찍고 수시로 1∼2천부씩 수요에 따라 더 내놓고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3∼4판씩 나오고 42판까지 낸 책도 있다.
나름대로 뚜렷한 성격을 띠고 있는 기획으로 꼽을수 있는 것은「창작과 비평」사의『창비신서』,「문학과 지성」사의『현대의지성』, 홍성사의『홍성신서』, 한길사의『오늘의사상신서』,「까치」사의『까치글방』,「풀빛」사의 『풀빛신서』, 전예원의『전예원사상신서』등이다.
『창비신서』는 문학이론·평론·역사·국학분야를 다루고 있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하우저」저)→민족문학과 세계문학」(백락청평론집)과 번역으로「프랑스혁명사」등이 나왔다.
「문학과 지성」사는 현대 세계에 대한 지적접근과 그것의 한국과의 관계를 찾아보려한다. 「현대프랑스지성사」(「H·S·휴즈」저)→인식과 실존」(박이문저)등.
특히『홍성신서』는 20세기의 고전이라 할만한 책을 선택하여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소유냐 삶이냐」(「에리히·프롬」저),「불확실성의시대」(「갤브레이드」저),「사회사상의 흐름』(「레이몽·아롱」저)등 번역서가 주종이다.
『오늘의 사상신서』는 사회과학·역사가 주종을 이룬다. 제3세계에 대한 관심도 크다. 「제3세계 정치론」(하경근저),「교육과 문화의 식민주의」(「마틴·카노이」저),「민중교육론」(한길사편)등과「해방전후사의 인식」(진덕규·송건호)등이 꼽힐 수 있다.
『까치글방』은 근대사회의 형성에 관한 역사·사상사적인 측면등을 다루고있다.
「프랑스 혁명에서 파리코뮨까지」(노명식저),「한국근대사」(산변건태랑저),「사회주의 운동사」(「G 라이트하임」저),「러시아사」(「N 라자노프스키」저)등이다.
신서나 기타의 이름을 붙인 기획서들은 한권 한권으로 독립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 출판사의 기획의도를 드러내고 있으며 독자들과의 무언의 약속이 된다. 그 때문에 출판사들은 기획물속에 포함시킬 책을 정선하고 있다.
기획은 편집자의 의도가 l차적으로 반영되는 것이지만 그 출판사와 관련맺고 있는 저술가들의 의견도 큰 몫을 차지한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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