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하늘은 남녀 안 가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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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은 삼군 중 가장 먼저 사관학교의 문을, '세상의 반쪽' 여성을 향해 열어젖혔다. 1997년의 일. 당시 임수영(제15혼성비행단) 대위가 여성 지원자 중 수석을 차지했다. 임 대위와 함께 임관해 역사적인 '여성 1기'가 된 이들은 모두 18명. 그러나 이들은 '여성 1기'라고 불리기보단 그저 '공사 49기'라고 불리기를 원한다. 무엇 하나 남자 동료들과 겨뤄 뒤처지지 않기 때문. 당연히 차별을 받아야 할 이유도, 그렇다고 특별히 우대를 받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중 편보라.박지원.박지연 대위는 중위였던 2002년 고등비행훈련을 훌륭한 성적으로 마치고 여성 최초로 전투 조종사가 됐다. 3학년 때부터 지상 450m에서 뛰어내리는 강하훈련과 중력의 5~6배 압력을 견디는 가속도 내성훈련 등 '끔찍한' 과정을 모두 거쳐 이룬 성과다. 동기 장세진.한정원 대위도 이때 수송기 조종사가 됐다. 이후 편 대위는 전투기를 조종하게 된 지 19개월 만에 사격 대회에서 저고도 사격 최우수 조종사로 선발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들로부터 시작된 공군 내 '여군 신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02년과 2004년, 두 번이나 황은정.윤지선 생도가 남녀를 통틀어 수석입학을 자치했다. 입교 후의 성적도 뛰어나 2002년에는 박민경(현재 중위) 생도가 학생회장 격인 '전대장'에 올랐고, 2003년에는 홍승화(중위) 생도가 역시 전체 수석으로 졸업했다. 한 학년 170명 중 여성 정원이 10%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일. "체력은 좀 떨어지지만, 정신력은 여성 생도들이 월등하다"라는 것이 공군 내 평가다.

공사 출신뿐이 아니다. 2001년부터 선발된 공군 여성사관후보생과 부사관후보생 출신 간부들도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평균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보라매'가 된 이들은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공군 잡지 '공군'의 기자 강민정 중위, 기본군사훈련 교관을 맡고 있는 '빨간 모자' 조수정 중위, 공군악대 밴드 '하늘사랑'의 보컬 천려진 하사…. 바로 이들이 주인공들. 여성 취업난과 여성 의무복무제가 동시에 이슈가 되고 있는 시기에 어느 면으로나 관심을 끄는 이들이다.

글=남궁욱 기자<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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