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브리즈번 … '기' 더 강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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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꿈을 안고 홀로 축구 유학을 떠났던 중학생이 축구 대표팀 주장이 돼 돌아왔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사진)이 소년 시절을 보낸 호주 브리즈번에서 더 큰 꿈을 품고 있다.

 17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와 아시안컵 A조 3차전을 치를 브리즈번은 기성용에게 특별한 곳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4년 반 동안 브리즈번 인근의 존 폴 칼리지 사커스쿨에서 축구 유학을 했다. 기성용을 가르친 제프 홉킨스 코치는 “기성용은 재능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공손했다”고 회상했다.

 존 폴 칼리지를 졸업한 2006년 이후 기성용은 9년 만에 호주를 다시 찾았다. 현지 언론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호주 기자들은 한국 대표팀이 훈련할 때마다 “캡틴(주장)은 어디 있는가. 기성용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호주 국영방송 ABC는 기성용과 관련한 특별 프로그램도 방영할 예정이다.

 주장 기성용은 경기 중에는 중원에서 흐름을 조율하고, 그라운드 밖에서는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13일 쿠웨이트와 2차전에서는 선발 라인업이 7명이나 바뀌어 어수선한 가운데에서도 1-0 승리와 8강 진출 확정에 기여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이 주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 본인의 임무를 전보다 잘 수행하고 있다. 그의 자질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칭찬했다.

호주 존 폴 칼리지 유학 시절 경기에 나선 기성용. [사진 TY스포츠아카데미]

 호주전은 감기몸살에서 회복한 손흥민(23·레버쿠젠)의 선발 출장 여부가 관심사다. 한국이 이미 8강행을 확정한 만큼 손흥민을 무리해서 투입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결선 토너먼트를 대비해 일정 시간을 뛰게 할 거라는 예측도 있다. 호주에 패해 조별리그를 2위로 마감하면 상승세인 중국과 8강에서 만난다는 점도 손흥민의 출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경기가 열리는 브리즈번 스타디움은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 한낮에 섭씨 38도까지 올라가는 고온도 극복해야 한다. 동료들에겐 낯선 환경이지만 이곳에서 꿈과 기량을 키운 기성용에겐 익숙하다. 제2의 고향 같은 브리즈번에서 호주 축구팬들을 상대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이는 것이 기성용의 목표다.

 기성용은 “한국 경기력이 기대 이하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우리는 8강에 진출했다” 면서 “앞으로가 중요하다 ”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이 가진 정보를 적극 활용하겠다. 호주를 꺾고 조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2승으로 8강행 유력=일본은 16일 브리즈번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아시안컵 D조 2차전에서 혼다 게이스케(29·AC밀란)의 페널티킥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2연승을 거둔 일본은 20일 요르단과의 3차전에서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8강에 오른다. 같은 조 요르단은 팔레스타인을 5-1로 대파했다.

브리즈번=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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