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국일'사운드 아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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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축 가게에 놓여 있어야 할 오디오 스피커가 왜 전시장에 나왔을까.'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 들어선 관람객들이 고개를 갸웃할 법하다. '내일의 작가'로 선정된 유국일(38)씨의 '사운드 아트'전은 소리와 조각을 더한 종합 예술의 신선함을 선보이고 있다.

홍익대 금속조형디자인과를 나온 유씨는 오디오 전문지에서 평론가로 활동했을 만큼 귀가 밝은 음악 애호가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음을 들려주고 싶었던 그는 10여 년 전부터 스피커를 주제로 삼아왔다.

독일과 영국 등 음향기기의 명가로 소문난 전문사들이 만든 유니트(음역별 스피커 알맹이)를 골라 양질의 음역으로 조합한 뒤 그 위에 현대적인 디자인의 금속조각을 씌우는 일이다.

전시장을 채운 스피커들은 도시에 우뚝 선 마천루 같기도 하고, 꽃을 따라 흔들리는 나비 모양을 닮기도 했다.

은빛 금속의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는 스피커라는 물건을 뛰어넘어 그 자체로 작품을 이루고 있다. 나무보다 기능성이 뛰어난 메탈의 성능은 맑고 깨끗한 음을 일궈내 오디오광들의 귀와 눈을 모두 즐겁게 한다. 이를테면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의 경계선에 선 작업이라 할 수 있다. 30일까지. 02-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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