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의 소설『시간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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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을 읽으면서 근로자문제를 다룬 주제의 뚜렷함을 느끼게 되는 한편 똑똑 끊어지는 짧은 문장과 환상적이고 비약이 심한 작품의 전개에 당혹한 독자도 많았을 것이다.『구체적인 설명이 필요 없으며 독자들의 상상력에 의해 작품이 이해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할까요. 뻔한 이야기를 힘들여서 이의적으로 또는 그 이상으로 어렵게 쓴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 나름으로는 그렇게 쓰는 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하고 있읍니다.』
꽃밭에 꽃이 여러 가지 있어 개성이 있듯이 소설가도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자신만의 방법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조씨는 말한다. 근로자의 문제를 환상적으로, 때로 아름답게 쓴것은 그를 통해 아픔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리라 믿기 때문이었다.
『세상이 우리가 이해하기 어렵게 될 때 예술은 더욱 추상적이 됩니다. 독자들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때 작가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는 법입니다. 그럴 때 잠재의식에 자극을 주는 그러한 방법도 유효하며 때로 더욱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조씨는 자신이 앞으로 우리시대의 이야기를 쓰는 성실한 작가로 남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무조건 뛰어가는 사람들을 잠시 세워서 쉬어가며 생각하도록 하고 자기주변을 돌아본 후 다시 뛰어가게 하는 것이 문학의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이 자기시대에 참견하려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조씨는 일제와 해방과 6·25, 4·19 등을 겪은 우리시대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야하며 특히 70년대의 삶을 기록해야한다고 믿고 있다. 70년대의 삶은 지금과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토막내지 않고 정리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그는 이를 위해 많은 취재를 했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70년대 식의 가난에 대해서는 작가로서의 눈을 가지고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번영이라는 착각 속에 감추어졌던 것들이 드러날 것이며 그것을 통해 반성과 항께 앞으로의 문체에 접근해갈 수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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