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에도 한계 있어 다른 종교 모욕해서는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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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다른 사람의 종교를 모욕하거나 조롱해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은 15일 스리랑카에서 필리핀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파리 테러 공격에 대해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교황은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와의 관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의 믿음을 모욕할 수도, 자극할 수도, 조롱할 수도 없다”며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모두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답했다. 그는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를 염두에 두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렇지만 친구 사이라도 어머니를 욕했다면 당연히 주먹이 날라올 걸 예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다른 이들의 종교를 장난감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며 “표현의 자유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십자군 전쟁과 같은 종교 전쟁을 언급하며 “역사를 보면 얼마나 많은 종교 전쟁이 있었냐”며 “우리가 모두 신 앞에 죄인이기는 하지만 신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죽일 수는 없다”고 했다. 교황은 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 위협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신의 손 안에 있다”고 웃으며 답했다.

 교황은 이날 아시아 최대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 도착해 닷새간의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18일 열리는 미사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약 600만명의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언론과 가톨릭 교계는 이슬람 과격 세력이 교황의 필리핀 방문 기간에 암살 음모를 꾸밀지 모른다며 우려를 표시해왔다. 앞서 아부사야프 등 필리핀 내 일부 이슬람 반군조직은 중동 지역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서약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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