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하고 흐르지 않는 에어쿠션, 주차 스탬프에서 아이디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3면

우레탄 폼 스펀지를 팩트에 담아 휴대성을 높인 패키지 아이디어 스케치.

혁신적인 아이오페의 에어쿠션이 개발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반드시 풀어야 할 핵심적인 문제는 메이크업을 한 상태에서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는 데 있었다. 완성된 메이크업 위에 시간이 지나면 계속적으로 덧바르는 일은 번거로운 일이었다. 보다 쉽게 언제 어디서나 덧바를 수 있으면서 기존의 메이크업을 보완해주는 자외선 차단제가 필요했다.

당시 시중에서 팔리는 자외선 차단제는 크림이나 로션 같은 액상 형태로 제품을 사용하고 나면 매번 화장품이 묻은 손을 깨끗이 닦아내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 수분이 강조된 제품은 발랐을 때는 산뜻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쉽게 씻겨나가고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기존과 다른 방식을 찾았다. 기름기 대신 수분이 강조된, 산뜻한 느낌을 주는 자외선 차단제를 만들되 튜브나 펌프가 아닌 특별한 용기를 사용해 안정성과 휴대성을 동시에 갖춘 제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차 티켓에 찍는 스탬프에서 흐르지 않는 새로운 화장품 기술의 영감을 얻었다. 연구원들의 밤낮 없는 연구와 토론 끝에 마침내 주차 확인 스탬프에서 얻은 개념을 실제 제품으로 적용해 볼 수 있게 됐다. 원리는 간단해 보였지만 제품화를 위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먼저 점도가 낮은 오일 성분의 자외선 차단제 내용물을 만든 후 내용물을 발포 우레탄 폼에 흡수시켰다. 최적의 재질을 찾아내기 위해 스탬프 제조업체, 목욕용 스펀지 제조업체, 사인펜 제조업체, 인형 공장, 소파 공장 등 스펀지가 있을 수 있는 다양한 곳을 찾아다니며 수많은 재질의 스펀지를 구해 내용물을 흡수시켜 보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그 결과 마침내 80여 만개의 구멍을 가진 발포 우레탄 폼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내용물을 담을 수 있는 소재임을 확인했다. 이것을 다시 팩트 타입의 용기에 담아 제품으로 완성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독특한 형태인 스탬프(Stamp)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가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특수 형태의 퍼프를 사용한 것도 제품력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 3중 구조로 되어 있는 퍼프는 상단부의 필름막이 오염을 방지해주며, 중단부의 쿠션 층이 공기를 머금어 피부에 부드럽게 밀착되도록 했으며, 하단부의 밀착층은 미세 셀 구조로 되어 있어 내용물이 뭉침 없이 얇고 균일하게 피부에 발릴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에어셀 퍼프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던 합성 라텍스 퍼프를 사용했을 때보다 1.6배의 보수력을 갖춰 제품에 적합했 다.

송덕순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