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손님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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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청계천 경관을 마케팅에 활용하자는 포석이다. 벌써부터 외식업계에선 "신규점포개발 담당자들은 모두 청계천에 가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장소 찾기는 쉽지 않다. 청계천변 외식업거리로 적당한 지역은 청계광장부터 삼일교 사이 상권으로 별로 넓지 않다. 또 물길이 열리면서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청계천변에서 현재 영업중인 대형 패밀리레스토랑은 베니건스와 아웃백스테이크 두 개가 있다. 베니건스는 8월 청계광장이 보이는 청계일레븐빌딩 2층에 점포를 열었다. 지난해부터 건물주와 접촉해 일찌감치 적당한 가격대에 장소를 확보한 것이다. 이 덕분에 청계천이 열린 2일 이 점포의 매출은 일요일 평균의 5배 이상을 올렸다. 청계천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일레븐 빌딩에는 앞으로 C, S 등 두 개의 대형 외식업체 점포가 더 문을 열기로 돼 있다.

국순당은 청계천 개통에 맞춰 광통교 인근에 '백세주 마을'을 열었다. CJ푸드빌은 청계천에서 가까운 종각역 인근에 '시젠'을 연 데 이어 12월 말에는 광화문 사거리에 비빔밥집을 열 계획이다. 또 대형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장소를 찾느라 담당자들이 광화문사거리부터 삼일교사이 구간을 뒤지고 있다. 이들 업체에 뒤질세라 TGIF, 스타벅스, 미스터피자, 롯데리아 등도 청계천변에 대형 점포를 물색 중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청계광장 바로 앞쪽의 빌딩과 협의 중이고 이 밖에도 2 ~ 3 곳 정도를 더 알아보고 있다"며 "한두 달 사이 임대료가 워낙 올라 고민"이라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청계천이 보이는 건물의 경우 1층 임대료 호가는 평당 5000만 ~ 6000만원, 2층은 2000만 ~ 2500만원에 이른다. 이는 강남역과 명동 일대, 종로 등 서울 최고 상권과 맞먹는 수준이다. 올 초만 하더라도 1층이 2000만원대였는데 몇 달새 부쩍 올랐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청계천 상권이 아직 검증이 안된 상태에서 임대료가 너무 올랐다는 지적도 있다.

한 패밀리레스토랑 업계 관계자는 "요 며칠 동안 청계천변 업소에 나타난 매출증가는 청계천 개통에 따른 반짝 효과"라고 분석했다. 또 과거 고가도로의 소음과 먼지를 피하기 위해 대형빌딩은 거리에서 쑥 들어가 있거나, 입구가 폐쇄적이어서 외식업소 분위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워낙 오랫동안 낙후됐던 상권이어서 외식과 소비거리가 되기에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청계천의 노른자위인 청계광장 앞에 중앙인사위원회.한국전산원 등 공공기관이 몰려 있고, 건물 1층이 대부분 은행 등이 들어서 있어 외식업체 자리를 확보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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