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의 친정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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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시집간 막내 시누이가 친정엘 다니러왔다. 며칠전부터 시어머님은 막내딸과 사위가 온다는 전갈을 받으시고는 괜히 마음이 설레시는 지 얼굴에 화색이 도신다.
평소에 별로 말이 없으시고 마음이 깊으신 시어머님은 며느리 보는 앞에서 딸 걱정하기가 민망스러워 말끝을 흐리시곤 했다.
결혼한지 1년만에 떡두꺼비같은 아들을 낳았을때 기뻐하시던 모습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시어머님은 집안팎을 깨끗이 치우시고 사위가 좋아하는 매실주도 따라 놓으시고 막내딸이 좋아하는 쑥을 한 소쿠리 뜯어오셨다. 금세 삶아서 찹쌀을 반 넣고 떡하시느라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고모내외가 아기를 안고 들어서니 함박웃음을 웃으시고는 어쩔줄을 모르신다. 그간 시누이는 많이 의젓해졌다. 새색티를 아직은 벗지 못했지만 『언니, 살림하기가 힘들지요?』하면서 내게 인사도 할줄 아는것을 보면 여자란 결혼해서 아기를 남고 살아봐야 부모마음을 안다고 하시던 어머님 말씀이 생각난다. 오빠들과 같이 이야기의 꽃을 피우는것을 보니 나도 친정에 가고 싶어진다. 우리집 뜰은 참 넓었었다. 우물이 있고 석류가 빨간입을 벌릴때면 어머님이 쪄주시는 고구마를 먹으면서 즐거웠던 그 시절.
친정에 온 딸에게 주려고 읍내장에서 씨암탉을 사가지고 오시면서 『얘야, 오서방은 언제쯤 오냐』하시면서 사위를 기다리시던 아버님의 그 애틋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젠 사업실패로 아버님은 돌아가시고 어린 남동생과 어머님만 남아 있다.
그 동안 숱한 고난을 이기시고 이제는 동생이 경주에서 직장에 열심히 다니고 있으니 동생이 붓고있는 적금이 끝나면 시골에 아담한 집을 사시겠단다. 갑자기 어머님이 보고 싶어진다. 먼 하늘을 바라보니 눈물이 난다. 『언니, 어서 들어와요.』 시누이의 재촉에 얼른 눈물을 닦고 방으로 들어섰다. 『고모, 친정 오니까 좋지요?』나는 귀여운 아기를 덤석 안아 올렸다. 『아가야, 내가 너의 큰외숙모란다)아기는 기쁜지 캬드득거리고 웃는다. 정일야 <부산시 부산진구 초읍동 206의104 32통2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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