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은 감고있는 현대인의 맹목성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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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방민호(50·사진)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소설책을 출간했다. 평론이라는 본업에서 벗어나 2010년 시집(『나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을 낸 데 이은 또 한 차례의 ‘외도’다. 장편 『연인 심청』(다산책방)으로, 고전소설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비튼 작품이다.

  방씨 소설에서 심청과 심봉사는 단순한 부녀 사이가 아니다. 둘은 옥황상제의 하늘나라에서 서로 사랑하는 선녀와 선관이었다. 선녀 유리가 옥황상제만 마시는 신비의 탕약을 빼돌려 선관 유형에게 갖다 바친 게 발각돼 더 이상 남녀로서 사랑할 수 없는 부녀의 인연으로 지상 세계에서 살아가는 벌을 받는다. 하지만 기존 심청전 도식대로 심청의 지극한 아버지 사랑에 의해 심봉사는 결국 눈을 뜬다. 이성 간의 열정이 보다 지극한, 인간 자체에 대한 사랑으로 성장하는 얘기다.

 13일 방씨는 “맹목적인 욕망에 빠져 육체의 눈은 뜨고 있지만 마음의 눈은 감겨 있는 현대인의 딱한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사 논문을 준비하던 1990년대 말 소설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비로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스마트폰 의 장문 문자 작성 기능을 이용해 평소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설악산 신흥사 조실(祖室) 무산 스님에게 2013년 6월부터 두 달여간 문자 연재를 했다. 한 사람에게 매일 장문 문자를 보내는 방식으로 소설 초고를 완성한 것이다. 방씨는 “ 이 소설로 평단의 인정을 받을 생각은 없다. 독자와 직접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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