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현 문학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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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 상은 「나」라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아니고, 생애를 건 작품, 그러니까 영광이나 무슨 이익에 대해서가 아니라 인간정신의 고뇌와 노고에 대해서 수여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작가 「윌리엄·포크너」의 말이다. 1950년 노벨 문학상을 받는 자리에서 그는 이런 연설을 했었다. 아마 상을 받는 모든 문학가의 심정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문학가들의 생애를 보면 거의 예외 없이 고뇌의 생활이다. 궁핍과 번민과 고독 속에서 남모르는 절망을 견디고 있다. 안락과 영광은 그 다음의 일이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말로」는 l920년대에 『정복자』나 『왕성의 길』 등 이른바 문제작을 발표할 때만 해도 별로 이름이 없었다. 정작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1933년 『인간조건』으로 공쿠르상을 받고 나서다.
이 상은 그에겐 「작가 선언」과도 같은 의미가 있었다.
1903년이래 해마다 12월 첫 주에 수여되는 공쿠르상은 프랑스 작가 「공쿠르」 형제의 유언에 따라 제정되었다. 이들은 「인상파적 문체」로 프랑스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문학가들이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문학상이 40여 개나 있다. 유명 신문사들을 비롯해 문학잡지들이 제정한 상이 적지 않다. 그러나 작고한 문학가들의 이름을 딴 상도 상당수다.
「아꾸따가와」(개천) 상은 우리 귀에도 생소하지 않다. 이 상 역시 작가의 이름을 땄다. 상금은 50만엔(원).
일본에 문학상이 많은 것은 일본 문학의 강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작가들은 물론 상을 받기 위해 작품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은 숨길 수 없다. 그것이 발굴상이든 공로상이든 심리적인 효과는 마찬가지다.
일본의 문학상 가운데는 「H씨 상」이라는 것도 있다. 어느 기업체 사장의 이름을 알파베트로 표기, 「H씨 상」이라고 명명했다. 무슨 시인회의 회원들이 전년도 발간 시집을 대상으로 평점, 고점의 8개 시집 중에서 선고위원이 수상자를 가려낸다. 상금은 10만 엔에 불과하지만 영예는 그것에 비할 바 아니다.
이처럼 문학에의 사회적 관심이 폭넓은 것은 문예부흥의 전조도 된다. 일본 작가 「가와바따」(천단강성)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 상금 2천5백만 엔은 역시 가와바따 문학상의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노벨상을 받은 것이 오히려 정신적 짐이 되어 자살하는 비극을 연출했지만 일본 문학은 그로 인해 국제적 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중앙일보사가 유주현 문학상을 제정, 내년부터 시상하는 뜻도 바로 우리 문학이 세계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을 불어넣는데 있다. 생전에 『조선총독부』 『파천무』 등 새로운 경지의 시대소설에 부단한 열정을 쏟았던 그의 작가적 노고는 새삼 이 상의 의미를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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