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너무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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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팔굽혀펴기 한 번 하기. 요즘 교보문고 자기계발 분야 1위를 달리고 있는 책 『습관의 재발견』을 쓴 스티븐 기즈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라고 합니다.

 그는 2012년 12월 28일, 한 해를 돌아보며 별로 이룬 게 없어서 낙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30분 정도 운동을 하자고 다짐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30분 운동’이란 게 어디 그리 쉽나요. 기즈도 그랬나봅니다. ‘마치 에베레스트산처럼 넘기 불가능한 장벽처럼 보였다. 나 자신이 정말 실패자처럼 느껴졌다.’ 운동은커녕 꼼짝도 않고 서 있으면서 기즈가 했던 생각이랍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멍하니 있으면서 스스로가 싫어지는 경험, 누구나 있을 겁니다. 해야할 일이 태산처럼 느껴지고,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온 몸에 힘이 풀려 다시 소파에 누워 잠을 청하게 되죠. 아니면 재밌는 프로그램이 걸리기를 바라며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거나요. 그러곤 전에 봤던 시시껄렁한 연예 프로그램을 다시 보면서 ‘난 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인 걸까’ 자책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 기즈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그 엄청난 계획과 정반대의 일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30분 동안 힘들게 운동하는 대신 팔굽혀펴기를 딱 한 번만 해보는 건 어떨까.’ 그 한 번의 팔굽혀펴기는 기즈의 인생을 바꿨습니다. 그와 함께 하루에 2~3줄 글 쓰기, 하루 2페이지 읽기 라는 ‘한심할 정도로 작은 결심’을 실천하기 시작했죠. 이 결심은 오늘날 기즈를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려놨습니다.

이 책을 읽고 저도 지난해 샀다가 그냥 그대로 고이 모셔놨던 운동기구 ‘케틀벨’을 들었습니다. ‘한 번에 20개씩, 3회 반복해야 한다’는 헬스장 트레이너의 지시 대신 ‘그냥 하루 10개 하기’로 목표를 수정했습니다. 덕분에 이틀째 목표 달성 중입니다.

 이번 주 강남통신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2015년 신년 계획을 실었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명사 10인의 신년 계획도 들어봤습니다. 철학자 강신주씨는 올해 색(色)의 매력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설악산 대청봉 4시간 내 주파’도 목표랍니다. 영화평론가·작가 허지웅씨는 ‘한 주에 한 권 책 읽기’를 목표로 정했답니다.

 독자 이소영씨는 올해 고3이 된 둘째 아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그동안 못해준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는 사연을 전해왔습니다. ‘올해 내가 충분히 받아주고 공감해줘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엄마에게 보물이라는 것을 알게해 주고 싶다’는 이소영씨의 계획이 꼭 이뤄지길 기원합니다.

지난해 이맘때 ‘월정사 단기출가 학교’ 취재를 하다가 동국대 정각원 마가스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스님이 그러시더군요. “10년 후 이루고 싶은 10가지 소원을 적어봐라. 그리고 10가지 소원이 다 이루어졌을 때의 표정을 지어봐라. 그 표정으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 그 꿈을 이룰 것이다. 적었던 소원은 잊어버려라. 중요한 건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라고요.

 그땐 왜 적었던 소원을 잊어버리라고 하는지 이해 못했는데 이젠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닿을 수 없는 소원 때문에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지레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꿈을 가슴에 품고 내게 주어진 작은 일들을 진심을 다해 해나가면 언젠가는 그 소원이 이뤄진다는 뜻이 아닐까요.

 강남통신은 올해 독자 여러분의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소원을 갖고 있습니다.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작은 일들을 하나씩 해나갈 계획입니다. 지켜봐 주시고, 함께해 주세요.

메트로G팀장=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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