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산책] 국내 여자골퍼 최장타 여고생 박희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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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인형을 안고 즐거워 하는 박희영.

지난달 25일 KLPGA 파브인비테이셔널(보광 휘닉스파크CC)에서 우승한 여고생 프로골퍼 박희영(한영외고3)의 장기는 드라이브샷이다. 드라이브샷을 똑바로, 멀리 잘 친다고 해서 여자프로골프계에서 '드라이버 박'으로 불린다.

힘 빼고 265야드 정도, 맘 먹고 때리면 280야드를 훌쩍 넘어간다. 페어웨이 적중률도 좋다.

박희영은 올 봄 프로에 입문했다. 골프채를 잡은 지 9년 만이다. 이어 여름엔 운전면허를 땄다. 1987년 5월생, 만18세로 면허를 딸 자격이 생겼기 때문이다. 박희영은 "이상하게 면허를 딴 이후 드라이브샷이 더 좋아졌다"고 말한다.

운전면허증으로 '성인 인증'을 받아서일까.

파브인비테이셔널 최종일 라운드에서 7타 차의 불리함을 뒤집고 우승한 원동력도 드라이브샷이다.

친가.외가 모두 골프 잘 쳐

우승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서울 명동에서 박희영을 만났다. KLPGA에서 당당히 우승한 프로였지만 밖에서 만난 박희영은 때 묻지 않은 여고생, 바로 그 모습이었다. 한 쇼핑몰에서 곰돌이 푸 만화에 나오는 당나귀 인형을 보자 "아이 예쁘다"며 까르르 웃는다. 프로에 들어오면서 예쁜 미키마우스나 구피 헤드커버를 쓰지 못하고 클럽 후원사(아키아) 제품을 써야 하는 것도 아쉽다.

"요즘 예뻐졌다"고 했더니 얼굴을 붉힌다. 어머니 한경숙(44)씨가 "지난해만 해도 아기 같았는데 요즘 젖살이 빠지면서 예뻐지고 있다"고 옆에서 거든다.

박희영은 최종일 경기에서 꽃무늬 치마와 큼지막한 귀걸이를 하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공을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 선수로서 자신을 잘 마케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고등학생이어서 짙은 화장은 피하지만, 선배 언니들이 입는 옷과 메이크업은 유심히 보는 편이죠."

골프선수로는 표준에 가까운 체격(1m69cm, 63kg)으로 국내 여자프로 최장타를 날리는 비결이 궁금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는데, 아버지(44.박형섭)가 '거리가 나야 좋은 골퍼가 된다'고 해서 쇠파이프로 타이어를 치면서 연습했어요." 그때부터 임팩트 때 힘을 쓰는 요령을 터득한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박희영 집안은 골프 잘하는 유전자를 타고난 것 같다. 얼마 전 작고한 외할아버지가 클럽 챔피언을 지냈고, 아버지도 한때 남서울 골프장 15번 홀(파4.308야드)에서 원 온을 하는 장타자였다. 역시 골프선수가 된 여동생 주영(죽전중 3)은 언니보다 거리가 더 나가는 장타자라고 한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큰딸이 골프를 시작하면서 골프를 끊었다. 딸의 레슨비와 그린피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집도 줄였다. 서울 대치동 집을 팔고 성남 분당, 용인 수지로 이사를 했다. 집을 팔고 남은 여윳돈으로 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였다.

내년 말 미국 무대에 진출

"그동안 강남 집값이 오른 것을 생각하면 가족들에게 무척 미안했는데, 이번 우승으로 빚을 갚은 것 같아요."

박희영은 올 시즌 들어 총 9795만원을 벌어들였다. 국내 여자프로골프 선수 중 상금랭킹 3위다. 내년 말께는 미국무대에 진출할 계획이다.

"라이벌이 누구냐"고 물었다. "라이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셸 위를 생각하면서 훈련하고 있어요. 샷거리도 저보다 길고, 남자대회에 나가서도 좋은 성적을 냈으니까요. 어차피 나중에 만날 테니까 미리 미리 준비해야죠."

성호준 기자

◆ 박희영은

▶생년월일=1987년 5월 24일 서울 출생

▶체격=1m69cm, 63kg

▶가족=아버지 박형섭(44)씨와 어머니 한경숙(44)씨의 2녀 중 장녀

▶혈액형=B형

▶학교=한영외고 3년

▶주요 우승 경력=2002 한국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2004년 KLPGA 하이트오픈, 2005 KLPGA 파브인비테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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