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화제 대상수산 김일열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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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돌을 깎아 조각을 만드는 장인의 기질로 정성을 쏟았지요.』
근로청소년들의 숨은 솜씨를 겨루는 제4회 노동문화제에서 가죽공예품 『삼각탁자』로 대상(국무총리상)수상의 영예를 차지한 김일열군(21·삼우트레이딩 생산부). 그는 상을 받게된 것은 자신의 재능보다 「손끝정성」때문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대상을 받은 『삼각탁자』는 견고한 쇠가죽에 고대 이집트의 신화속의 식물 아칸더스의 꽃무늬를 아로새긴 정교한 공예품. 나왕으로 된 다리부분도 조립이 가능토록 처리된 것이 특색이다.
김군은 지난 1년동안 이 작품을 완성하는데 자신의 꿈과 집념을 불태웠다. 근무가 끝나면 회사안 공작실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조각도로 질긴 쇠가죽에 아칸더스의 꽃무늬를 새겼다. 조각도를 잡은 손끝에 멍울이 박히도록 깎고 새기고 다듬는 작업을 계속한 것이다. 대상 수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김군이 삼우트레이딩에 입사한 것은 81년10월. 전북 금제농고를 졸업,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이 회사에 들어갔다.
김군이 공예를 시작한데는 취미생활을 장려하는 회사측의 배려가 컸다. 회사측은 근로자들의 여가선용을 위해 꽃꽂이·서예·바가지공예 등 다양한 취미교실을 운영했다.
김군은 공예를 택했다. 중학교때부터 나뭇조각을 깎아 배·집·동물모형을 즐겨 만들었는데 그때마다 미술선생님이 『소질이 있다』며 칭찬해주면 기억이 되살아 났기때문. 김군은 조각도만 들면 신들린 사람처럼 작업에 전념하게되고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고 했다.
가죽공예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부터. 회사 도서실에서 일본의 공예서적을 보고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을 가졌다.
질긴 쇠가죽을 반질반질하게 다듬고 꽃무늬를 새기는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칼끝에 손이 찔려 상처를 입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10개월-. 김군의 각고의 결실은 빛을 보게된 것이다.
이 회사의 재단사인 김군의 봉급은 월평균 15만원, 이중 매달 8만원씩을 고향의 부모님께 송금한다.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남동생의 학비를 대고 있단다.<김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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