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 중국서 '불새' 출간한 소설가 최인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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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마당의 짙푸른 잔디가 한눈에 들어왔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 시가를 입에 문 작가. "이젠 한류 스타십니다. 동방신기가 부럽지 않으시죠?" "에이, 농도 잘하시네요." 호방한 웃음에 에너지가 넘친다. 소설가 최인호씨. 올해 회갑을 맞은 그가 중국에서 한국문학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주 중국을 다녀온 그를 한남동 여백출판사 집필실에서 만났다.

-어쩐 일로 중국에 가셨습니까.

"'불새' 출간 기념에 초청을 받았어요. 나를 몇 명이나 알까 싶었는데 많은 분들이 환대해 줘서 당황할 정도였습니다. 신화사 서점에서 사인회를 열었을 땐 수백 명이 몰려왔으니깐요."

-'상도'가 중국에서 2년 전에 나오지 않았습니까. 몇 부나 팔렸나요.

"출판사에선 30만 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워낙 고무줄이라…. 지인은 최소한 다섯 배는 더 나갔을 거라고 하더군요. 불법 복제까지 합치면 족히 300만 부는 넘을 거라고도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불새'는 두 달 만에 10만 부가 팔렸다고 합디다."

-뭘 궁금해 하던가요.

"지금 중국은 '공자 붐'입니다. '중국인도 아닌데 유교와 중국에 대해 그렇게 잘 아느냐'란 점에 대해 신기해했습니다. 특히 베이징 외국어대학에 초청 강연을 갔을 땐 아직 중국에 선보이지 않은 '유림'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공자 붐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쓴 게 아니냐'는 질문이 주를 이뤘죠. 제가 점쟁이인가요. 그걸 어찌 예측합니까."

그는 일주일 가량 중국에 머물면서 현지 언론사 일곱 곳과 인터뷰를 했다. 그가 중국에 정통한 것처럼 중국 언론 역시 '작가 최인호'에 대해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베이징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는 '북경만보(北京晩報)'의 기자는 "유가 문화에 심취해 있지만 작가의 신앙은 천주교로 알고 있다. 어떻게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문학의 한류를 체감하셨습니까.

"문학 쪽에선 주로 인터넷 소설이 인기가 있었지요. 이젠 한국 정통문학으로 한류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한류가 확산하기 위해선 국내 작가들이 보편적인 것, 국제 공통의 감수성을 자극해야 합니다."

그는 현재 '유림'의 후반부와 '제4의 제국'이란 두 가지 소설을 쓰고 있다. "한꺼번에 두 작품을 쓰는 게 어렵지 않으냐"고 물으니 "내가 스스로 발견한 무인도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유폐돼야 글이 나온다"란 문학적인 답변을 했다. 사람과 격리된 채 세상과 호흡하는 그의 독특한 행보가 오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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