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방위태세 훈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괴의 비정규전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멸공 83훈련」이 군·재·예비군 및 민방위대원 등 3백50만 명과 지역내 전 주민이 참가한 가운데 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수도권일원에서 실시된다.
이번 훈련은 북괴군의 대량침투에 대비, 수도권 지역의 비정규전태세를 최종 검토하고 군·경·예비군 등 모든 작전 요소의 통합작전능력을 높이며, 전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 총력안보태세를 보다 완벽하게 갖추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국방부는 밝히고 있다.
북괴가 최근 김일성 부자의 세습체제 강행에 따른 정치적 갈등과 무리한 군비증강으로 인한 경제파탄 등으로 대내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뿐더러 IPU(국제의원연맹) 총회의 서울 개최와 86년 아시안 게임 및 88올림픽의 서울유치로 북괴는 국제사회에서 그들의 지위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내적인 갈등과 외교적 패배의식에 사로 잡혀 있는 북괴가 이를 호 도할 돌파구로 엉뚱한 도발을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가령 비정규군의 투임으로 생기는 일시적인 혼란상을 마치 남한에서 자생한 것 인양 왜곡 선전하는 수법이 그것이다.
저들이 한국이 국제행사의 개최지로서 적합치 않다는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한 책동을 벌일 가능성은 가능성에만 그치는 것 같지가 않다.
북괴는 연례적 한미합동훈련인 팀스피리트작전을 구실로 지난2윌1일 소위 준 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전군의 휴가를 중지, 갱도생활을 시키면서 제3국에서 간첩장비와 한-미군 복장을 대량 구입하고 입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북괴 측의 책동가능성이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입증해 주는 것이라고 보겠다.
이번 훈련에서 아군복장에 신분증까지 소지하고 아군장비로. 무장한 모의북괴군이 육·해·공을 통해 기습 침투, 무차별 살인·파괴·방화 등을 벌이도록 상황이 짜여진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한다.
더욱이 이번 훈련에 미군이 참여하는데는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주한미군은 정규전에 대비한 훈련에는 참여해 왔으나 대 간첩작전에는 참가한 적이 없다.
만약 북괴가 서울에서의 국제적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엉뚱한 불장난을 저지른다면 미군이라고 예외일 까닭은 없다. 북괴 측의 비정규전 도발에 미군과의 협조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질지도 그런 뜻에서 관심을 끌 만한 것이다.·
북괴 측의 도발을 막는 길이 철저한 응징뿐임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북괴 측의 가능한 모든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군·경·예비군은 물론, 주민들이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협조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최근 일어난 중공 여객기 피납 사건에서 비행기가 북한 상공을 지날 때 저들이 적절한 대응을 못한 사실에서 우리는 하나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것이 북괴에서 일어난 일이기 망정이지 우리 쪽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어쩔 뻔했는가.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14년 전 우리는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 근처까지 왔던 경험을 갖고 있다. 국군을 가장한 북괴의 특공대원들이 광화문 근처까지 왔다는 것은 당시 우리의 안보태세가 실제로 얼마나 허술했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북괴가 중공 여객기의 통과를 정말 모르고 지나쳤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북괴의 방공 망이 뚫려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 경우가 우리의 사정이었다면 무슨 구실로도 변명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빈틈없는 안보태세만이 북괴의 엉뚱한 불장난을 근본적으로 막는 길이며 국제사회의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임을 다같이 명심해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