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야구 춘추전국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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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드릴 넘치는 파란의 명승부와 불꽃튀는 타격전으로 초록의 그라운드를 수놓았던 제 17회 대통령배 쟁탈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 주최)는 슈퍼스타 박준태를 배출한 광주일고가 75, 80년에 이어 세 번째 패권을 차지한 가운데 올해 고교야구의 새로운 판도를 예고했다.
올해 고교야구의 시즌오픈전인 이번 대회에서 서울세가 급성장한 것이 특기할 현상이며 예년에 볼 수 없는 지방 명문들의 탈락과 신예 덕수상·성남고·포철공이 강호로 부각됨으로써 고교야구가 군웅할거의 춘추전국시대로 돌입했다.
국가 대표주전 투수인 선동렬(고려대)과 허세화(인하대)을 앞세워 80년 14회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광주일고가 3년만에 패권을 다시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우완 에이스 문희수의 안정된 투구와 박준태를 중심으로 한 막강 타력을 겸비했기 때문.
광주일고는 팀타율 3할 2푼 4리가 말 해주듯 최우수·최다 안타 등 3관왕에 빛나는 박준태 외에도 문회수·김성규·정영진·김목정 등 타격 10걸에 4명이나 올려놓았다.
또 결승에서 근래보기드문 명승부 끝에 광주일고에 1점차로 분패한 세광고도 송진우를 핵으로한 출중한 투타의 위력을 보유, 새로운 충청야구의 명문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밖에도 서울세의 돌풍을 몰고 온 덕수상고와 성남고의 부상도 근래 보기 드문 고교야구의 새로운 판도 변화다.
팀 창단 2년만에 강호 전주고와 광주상고를 꺾어 파란을 일으켰던 덕수상고나 10년만에 본선에 올라 대구고와 인천고를 제압, 이변을 연출했던 성남고는 모두 막강한 타력을 자랑하는 팀이어서 이번 대회는 투수력보다는 타력에서 승부가 결정되었음이 특이하다.
해마다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 한국야구의 밑거름이 되었던 대통령배는 올해에도 투타에서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했다.
타격에서는 광주일고의 박준태 외에도 광주상고와의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리는 등 경이적인 5할 4푼 5리로 타격상을 받은 이용한(덕수상고)과 대통령배 사상 69년의 이종도 (MBC 청룡)에 이어 14년만에 만루 홈런을 터뜨린 염창무(포철공고), 홈런 2개 등 강타력을 과시한 이호성(광주일고) 등이 특히 돋보였으며 강희석 최동창(이상 세광고) 운성훈 조명현 (이상 덕수상) 김성규 정영진 문희수(이상 광주일고) 등도 정확한 타자로 주목을 끌었다.
이밖에도 4강에서 탈락, 타격 10걸에서는 빠졌지만 염준호(부산상) 이석재(서울고) 정의창 이진용(이상 전주고) 이종호(천안 북일고) 최해명(포철공고) 김원식(충암고) 등도 모두 5할 5푼 이상의 무서운 타격을 보여 대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타격과는 대조적으로 투수력에서는 뚜렸한 신인이 없이 문희수와 송진우가 단연 두드러졌으며, 박상범(인천고) 김기범(충암고)이 수준급 투수로 건재했다.
신인 투수 중에서는 성남고를 4강으로 끌어올린 좌완 이국성과 세광고와의 1회전에서 4회부터 등판, 무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보인 부산고의 1년생 박동희가 크게 돋보였다.
한편 이번 대회 23게임에서 무려 68개의 실책이 쏟아져 고교야구가 아직도 견실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 정도를 벗어나 있음을 입증, 지도자들의 각성이 요청되고 있다.

<임병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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