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학원, 미국 유럽에서 된서리 맞은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공공외교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공자학원이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유럽에서도 문을 닫게 됐다. 중화 문화 전파는 물론 중국 정부나 공산주의 홍보에도 주력하면서 현지에서 반감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이 교내에 설치된 유럽의 첫 공자학원을6월 30일 폐쇄하기로 했다고 11일 보도했다. 학교 측은 “중국과 학문 등 인문교류가 늘어나면서 지난 10년간 이뤄진 공자학원과의 제휴가 불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은 “공자학원이 순수한 중국 문화 전파보다는 자국 정부나 공산주의 선전 도구로 활용돼 대학 측의 불만을 샀다”고 전했다.

앞서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은 2013년 7월 “중국 정부가 자국을 비판하는 인사나 단체 회원의 공자학원 채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캐나다 인권 규정에 어긋난다”며 공자학원을 폐쇄했다. 미국 시카고대와 펜실베이니아대도 지난해 9월과 10월 “공자학원이 정치적이며 순수한 학문 발전을 저해한다”는 등 이유로 각각 공자학원을 퇴출했다.

미국 대학 교수연합회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성명에서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의 일개 기구에 불과하며 학술의 자유를 무시하고 있다. 재협상할 경우 언론 자유를 중시하는 서방의 가치관을 정확하게 반영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공자학원과 관계를 맺고 있는 100여 개 미국 대학에 “관계를 끊거나 체결된 협의 내용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각국의 대학·기관과 합작해 세운 비영리 교육기관이다. 2004년 세계 최초로 서울 양재동에 서울공자아카데미를 설립한 이후 지난해 말 현재 세계적으로 123개국에 470여 개의 공자학원이 설립돼 있다. 중국 정부는 학원의 운영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직접 고용한 교사진에게 천안문(天安門) 사태나 민주화 운동, 티베트·대만 문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을 거론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