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은행 "중국 부자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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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소한 100만 달러는 있어야 우리 은행의 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계 종합금융그룹인 AIG의 스위스 자회사가 중국의 부호들을 겨냥해 본격 영업에 나섰다. AIG 프라이빗 뱅크가 26일 상하이(上海)에 사무소를 연 것이다.

외국계 프라이빗 뱅크(PB)가 중국에 현지법인을 만든 것은 처음이다. 프라이빗 뱅크는 부자들의 돈을 집중 관리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자산관리와 투자자문이 특기다. 개인 재산 운영에 관한 업무인 만큼 비밀을 철저하게 보장해 준다. 인터넷 신문인 국제금융보(國際金融報) 등 중국 언론들은 이 은행의 중국 진출을 '금을 캐는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미래가 밝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중국에는 이렇게 특화된 은행이 없었다. 외국계 은행이 여럿 들어와 있지만 주로 외환업무 등에 치중했다. 빠르게 늘고 있는 중국 부자들은 자기 재산을 관리해 줄 전문 금융회사를 기다려왔다. 중국 금융계는 지난 5년간 금융자산이 10만 달러 이상인 개인이 매년 평균 15%씩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AIG 프라이빗 뱅크 측은 자신들이 관리할 고객은 금융자산이 100만 달러를 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은행 측은 "중국은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둘째로 부자가 많은 나라"라며 "자체 조사한 결과 100만 달러 이상의 유동 자산을 가지고 있는 부유층이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04년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PB가 관리하는 자산은 4조5000억 달러에 이른다. 주로 제네바.런던.뉴욕.마이애미.싱가포르 등에서 영업하고 있다. 수익률은 탁월하다. 미국 PB 은행이 고객 자산을 굴려 얻는 수익률은 보통 연 35%에 이른다. AIG는 이런 점을 강조하며 고객들을 끌어들일 방침이다.

그동안 중국에는 이런 전문 은행이 없었기 때문에 상하이를 중심으로 '지하 은행'이 번창했다.

그러나 은행과 고객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거나 지하 은행이 도산 또는 잠적할 경우 고객은 당하기 일쑤였다. 지하 은행들은 돈세탁 거점이라는 의혹도 받아왔다. 중국 금융 당국이 일반 은행의 업무영역 다각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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